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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r 29. 2020

감정적 호소만 하는 이유

어릴 적 게임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오락실에서 죽치고 앉아 게임만 했다. 그땐 알게 된 사람들과 같이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지금은 다 잊혔지만.


단체로 게임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알려지게 되고 실력 좋은 사람들이 실력을 과시하러, 혹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마음에 오기도 했다. 그때는 온라인이 불가했기에 오락실로 직접 와서 얼굴을 보며 게임하는 게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소위 '실력자'가 오게 되면 그 사람에게서 어떤 말이 든 들어보고자 노력했었던 거 같다. 


어느 날 지인이 어느 고수에게 물었다. '변칙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정석이 없는 변칙은 객기일 뿐이죠'. 나는 이 말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게 게임이란 뭐가 정석이고 뭐가 변칙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고 곱씹어 보았다.


회사가 불합리하다고 말로 외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떤 불합리가 있는지 말로는 떠들 수 있어도, 그 말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가 없었다. 감정으로만 호소할 뿐이었다. 그 사람에게는 자신이 느끼는 어떤 부당함에만 부각할 줄 알았고, 어떤 부분이 불합리한지 이야기하지 못했다.


반면 누군가는 근원점을 찾아본다. 예를 들면 복지가 그렇다. 누군가는 복지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는데 그친다면, 누군가는 복지라는 것이 마르크스 관점에서 어떤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어떤 건지를 이해하고, 그로 인해 현재 복지가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방향을 일으키고,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당신이라면 전자와 후자 중 어떤 것에 더 끌리는가? 아마 후자일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가 단순히 감정적인 호소이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일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후자가 납득할만한 어떤 요소들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자 같은 현상을 '정석 없는 변칙 플레이'로 본다. 현재의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 잠깐의 변칙 플레이를 쓴다고 본다. 그래서 그것이 주는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좋은 것, 유리한 것만 추려서(단면으로 잘라서) 취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 내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타 회사는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를 비교/분석할 힘을 갖는다. 때문에 그 복지를 내게 적용했을 때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한다. 즉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겪는 현상은 대부분 과거의 축적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하지만 그런 역사적 사건이나 발전과정을 보지 않고 현상황만을 보며 욕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과거의 이론이나 상황은 당연히 현상황과 맞지 않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면, 앞으로 일어날 일과 대응하는 방법에 줄기가 잡히기 시작한다. 상황은 시시각각 다르지만 그중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띄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알아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저 응석받이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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