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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pr 02. 2020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최근에 어머니에게 스마트폰을 드렸다. 이전부터 바꿔드리려 했지만 폴더폰이 편하다는 말씀에, 그리고 새로운 걸 배워야 한다는 두려움에 매번 거절하셨다. 그러다가 핸드폰이 최근 말썽을 일으켰고 이때다 싶어 내 맘대로 후딱 바꿔버렸다


이제 막 스마트폰을 접한 어머니는 폰린이다. 더 나아가 기계치다. 연세가 있으신 어머니에게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집에서 리모컨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해 종종 나를 귀찮게 하는 걸 떠올려보면 이 정도는 괜찮다고 끄덕인다.


스마트폰이 손에 들린 날, 불편하다며 성을 내기도 하고 다시 폴더 쓰면 안 되냐고 몇 번을 묻는다. 처음이니 알려드리긴 하지만 나도 누군가를 가르칠 때 갖는 인내심이 매우 뛰어난 편은 아니라서 몇 개의 기능만 반복해서 알려드리고 더는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든 써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서인지, 당장 내일부터 전화도 제대로 못할 거 같단 두려움 때문인지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신다. 학습해야 할 것은 통화, 최근 내역, 연락처뿐인데 상황에 따라 화면이 바뀌다 보니 더 헷갈리신 듯싶었다. 다음날 아침에 새벽 12:30분에 어머니에게 걸린 전화가 있었다. 그 시간까지 핸드폰을 만지고 계셨다가 잠드신 거 같다.


다음날 오후에 시험 삼아 전화 한번 걸어보니 우려한 것과 달리 잘 받으신다. 종종 익숙지 않은 화면을 보시게 되면 화면을 유심히 보며 안내사항을 따르기보단 당장 편리한 해결사인 내게 전화를 걸어 이거 안된다며 귀찮게 하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못쓴다고 말했던 거치곤 굉장히 빠르게 습득하셨다.


어머니를 통해 학습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한다. 학습은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것을 얼마나 관심 있게,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마음에 달린 거란 걸 다시금 깨닫는다. 몇 시간을 같은 기능을 반복하면서 누르시면서 어떻게든 습득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하기 싫어 죽겠다 라는 마음보단, 어떻게든 써먹어야겠다는 마음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점점 차오르는 듯했고 마침내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었다면 새벽에 내 전화기에 찍힌 부재중 통화는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다. 시작을 했다는 것은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한 것도 재능이다', '가성비'등의 말로 시작을 꺼려하게 하는 경우가 잦다. 망설임은 시도하길 방해하며 이내 포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에 동감한다.


어제 어머니는 스스로가 머리가 좋은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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