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Apr 06. 2020

내 커리어는 안녕할까

일을 하다보면 내 전문직이 아닌 다른일을 해야할 때가 있다. 가령 디자이너에게 기획을 요구한다던지, 개발자에게 OS설정 및 보안을 맡기는 등 다양하다.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개인의 전문성이 정해져 있는데 반해 당장 일이 되게 하기 위해 해야하는 것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전문인력은 없으니 있는 사람으로 때우는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나더라도 관련 사람을 뽑아주면 다행이지만, 다수의 회사는 이런 상황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따로 채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일의 빈도가 높아지면 그제서야 사람을 뽑는다. 이런구조이기에 준비되어 있는 상태로 일을하기 보다는 하다보니 사람이 필요하고 느껴지면 그때그때 채용하는 형태로 된다.


도구또한 정체성을 위협한다. 최근에 알게된 디자인툴을 보면 기획자가 할 일과 UX디자이너가 하는 일의 중간쯤 걸쳐있다. 이 툴을 다루는 사람은 누구일까? 만약 이 툴이 유명해지고 많은사람들이 사용하게 된다면 둘중 하나는 없어지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마다의 필요성과 역할이 명확히 다르지만, 퉁쳐서 하는것에 익숙한 회사,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라면 그런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상이한 전문성을 모두 커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한번쯤 상기해보는 것도 좋다. 내가 다니는 업종에서는 기획자가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것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이는 내가 맡은 영역을 충분히 잘 해내고 있을때의 이야기다. 만약 내가 주력으로 하는 영역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할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중엔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심하면 전문성까지도 상실할 수도 있다.


업무나 전문성은 칼로 무 베듯 명확히 나눠지지 않는다. 하다보면 타영역을 침범할때도 있고, 전체를 위해 몸소 그런것을 해야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내가 이직을 할 때는 나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것들은 가산점 수준인 것이지 그것이 나의 전문성을 넘어선 어필포인트가 될 순 없다.  그러니 내가 지금 쌓는 커리어가 지금 올바르게 가고있는지 점검해보자.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하고있는 일을 놓아버릴 용기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스스로에게 하기 좋은 질문이 있다. 바로 '내가 어떻게 불렸으면 할지 상상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로 시작했고 계속 그렇게 불리길 원한다면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쌓는데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순간 내가 기획자로 불리거나 기획자 취급을 받는다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기획자로 불리기를 희망한다면 과감히 이전것을 버려야 한다. 기획자가 되기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내고 관련 커리어를 구축해야 한다. 막연히 주어진것만 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될때 가장 곤란하다.


어떻게 불리길 원하는가? 지금 그렇게 불리길 원하는 형태로 노력하는가?  한번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