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경이롭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머리로 알고 있지 않아도 각 장기는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때가 되면 우리에게 다양한 신호로 알려준다. 배가 고플 때는 시계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고, 피곤할 땐 스르륵 눈이 감긴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샘이다.
생체시계이라는 단어가 있다. 수면, 각성, 호르몬, 심박수, 혈압, 체온 등과 같이 일정한 주기에 따라 반복적 패턴으로 나타나는 것을 조절하는 기관을 말한다. 때가 되면 졸리고 배가 고픈 것도 이것 덕분이다. 이것은 아주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느꼈던 것이기 때문에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생체 시간을 잘 조절하면 피로감을 줄이고, 집중력을 올리며, 그 밖에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만약 생체시계가 우리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 하루에도 들쑥날쑥 변하는 기분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회사를 가기 위해 아침에 일어난다. 일어날 때 조금만 더 자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는 엄청난 노력을 한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순 없지만 내 경우는 아침에 일어나고 씻고 나면 하루 중 머리가 가장 맑은 느낌이 든다. 특히 잠을 푹 잤을 때는 기분도 좋아진다. 하루의 시작을 잘 맞이한 만큼 하루를 잘 보낼 거라고 기대하지만 그런 기대는 오후가 되면 여지없이 깨진다. 그날 유독 상사에게 깨진다거나, 엄마랑 싸웠거나 하는 그런 일이 없어도 말이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오래 지속될 거 같지만 생각보다 우리 감정은 빠른 속도로 변한다. 이는 우리의 인식능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인식능력은 하루라는 단위가 아닌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일평균 17시간 정도 깨어있는 동안 인식 능력이 지속적으로 변하는데, 시간대로 비교해 봤을 때 어떤 때는 두뇌회전이 빠르고 창의적인 거 같다가도 어떤 때는 만사가 귀찮고 효율성이 매우 떨어짐을 느낄 때가 있다.
기분은 최고점-최저점-반등이라는 패턴을 따른다. 상승 구간에는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해주는 것이 유리하다. 최고점을 지난 후 최저점으로 떨어지는 구간 동안에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쉽게 집중력이 분산된다. 이때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위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반등 구간에는 억제력이나 분석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통찰력 문제가 유리하다. 이처럼 각각에 맞게 업무를 분장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변하는 기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 기분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대체로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간다. 그들은 치료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것이 있거나 혹은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통해 진단받고 처방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자주 가는 병원이 있다면 계속 그곳으로 가겠지만 전에는 아파본 적 없던 곳이 아프면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어떤 사람이 더 전문적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 있는 후기를 참조하여 병원을 선택한다. 그런데 병원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언제 할 것인가>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에 따르면, 의료사고는 보통 최저점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일례로 의사들이 심각한 호흡기 감염에 대한 약을 처방할 때,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할 확률이 오전보다 오후가 훨씬 높았다. 환자를 계속 상대해야 하는 누적효과로 인해 의사들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진단을 하기 때문에 환자의 증세가 세균 감염인지, 바이러스 감염인지 정확히 판단하지 않고 처방전을 쓰게 된 탓이다.
그런 것들을 감별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라 불리고 우리가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전문가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그들의 컨디션 또한 끊임없이 변할 수 있고, 상태에 따라 부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전문가를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언제 병원에 가느냐'다.
기민함과 경계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강도가 약해진다. 2015년 행첸 다이와 캐서린 밀크맨, 데이비드 호프만, 브래들리 스타츠는 30곳이 넘는 미국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손을 씻는 문제에 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이 된 의료종사자는 4,000명이 넘었는데, 그들 중 3분의 2는 간호사였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약 1,400번의 손을 소독할 기회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손을 씻을 기회가 있거나 직무상으로 꼭 씻어야 할 때 실제로 손을 씻은 직원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오전부터였는데 오후가 되어 최저점으로 떨어지는 동안엔 손을 소독한 횟수가 오전에 비해 38퍼센트 떨어졌다.
# 휴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 11시까지 활동한다면 평균 17시간 깨어있는 샘이다. 17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하루 종일 영화나 미드를 본다 해도 17시간을 연속으로 보면 몸이 좀 쑤시고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언제 할 것인가>의 저자는 휴식 목록을 작성하라고 권한다. 할 일 목록과 같이 휴식 목록을 작성하여 휴식과 일 둘 다 중요시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선 세 번의 휴식으로 시작하면 된다. 휴식을 언제, 얼마나 취할지를 정하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목록으로 작성하길 권한다. 저자가 우선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낮잠이다. 낮잠을 쓸데없고 낭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는데, 이미 낮잠이 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으며 최고의 휴식 방법 중 하나다. 낮잠이 주는 주요 효과는 인내심이 향상되고, 혼미한 정신을 깨워주며, 혈압이 낮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진다. 그리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낮잠으로 인해 좋아진 컨디션은 일에 집중도를 올려주고 이는 당연히 회사에서도 도움이 된다.
낮잠을 자기 가장 좋은 시간은 2~3시 사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은 아니다. 그리고 평균 15~25분 사이로 책상에 엎드리거나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완전히 누워서 잠을 잘 경우 뇌가 잠자는 시간으로 인식해 자고 일어났을 때 개운함 보다는 더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낮잠 외에도 1시간마다 5~10분씩 걷는다든지, 간단한 스트레칭 등을 이용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효과적이다. 동료와 산책을 간다거나 가볍게 커피타임을 갖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돌아오고 나서 집중력을 향상해준다. 그 외 명상이나 호흡 조절, 유머로운 책 등을 보면서 일과 연결되지 않은 활동을 해보는 것이 유익하다.
<언제 할 것인가>를 보기 전까지는 컨디션이 나쁘면 그저 나쁘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기는 감정의 변화가 효율과 집중에 영향을 미치고 그 파장이 업무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 해보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그렇게까지 긴밀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항상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만 가득했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다.
또한 나는 이전까지 타이밍이 부분적이나 한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타이밍은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기부여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사람을 도와줄 때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전 글: 먼저 도와주면 안 되는 이유) '모든 것이 타이밍에 의해 좌우되며 인생은 타이밍에 의해 바뀔 것'이라 쓴 저자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