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계발 중독자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책을 보거나 계획하는데 적잖은 시간을 보내며 꾸준히 자가테스트 한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거나 인생대박이 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본래 세상일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해냈을 때 자기 만족감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꾸준히 한다.
이쯤 되니 안 하는 게 내겐 더 어색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출장 생활을 했는데 이전 생활패턴과 너무나 달랐던 탓에 자기계발을 하는데 굉장히 어색하고 심지어 심리적 장벽까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봐야 한다고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댔고, 소소하게나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했다. 이쯤 되면 밥을 안 먹으면 배고파하는 본능적인 단계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늘 이래 왔던 건 아니다. 대략 1~2년 전쯤 일인데, 자기계발 관련 도서나 영상, 혹은 글을 보지 않으니 한동안 자기계발과 멀어진 생활을 하는 나를 발견한 적이 있다. 이전까지 습관적으로 해오던 것은 꾸준히 했다.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일종의 현상유지를 한 샘이다.
자기계발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을 매일 한다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이는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단순히 지겹고 힘들어서가 아니다. 보람을 느끼지 못해서도 아니다. 이전까지 하고 있던 습관적 생각이나 행동에 떠밀리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따로 시간을 내지 못해 미뤄버리는 것이다.
최근에 만난 오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재밌게도 나를 만날 때마다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말한다. 다음에 만나서 물으면 '아 해야지'라는 말 한마디로 압축한다. 벌써 몇 년째 듣고 있다. 처음에는 얘가 하기 싫어서 안 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습관을 들이지 못해 매번 잊는 거였다.
여유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여유시간에 습관적으로 이전에 했던 활동을 하면서 별도의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이다. 해야지 라고 잠깐 생각이 들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잠깐 미루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렸다.
과거엔 이해하지 못한 친구의 마음을 이젠 십분 이해한다. 습관은 비단 행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심리, 감정, 행동 그 외 넓은 반경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굴레를 벗어나려면 지구 탈출 수준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이 혼자 극복하려 하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게 쉬운 일은 누군가에게 어려운 일일 수 있는 것도 이런 차이다. 평소에 하던 생각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프레임이 있다. 그것을 뚫고 가는 것은 굉장한 노력과 용기를 요구한다. 이것이 힘들다면 돈을 들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의도적으로 비용을 써서라도 참석하여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습관처럼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돈을 아까워하면, 혼자 할 수 있다고 과신하게 되면 꽤 높은 확률로 변화하지 못한다. 대체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