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크지 않아 많은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종종 눈에 띄는 후배가 보일 때가 있어요. 최근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신경 쓰자니 귀찮지만 중요도로 보면 그리 크지 않는 그런 류의 문제였어요. 그래서 살짝 언급만 하고 갔었죠. 그런데 다음날 저를 찾아와서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져왔다고 이야기를 꺼냅니다. 주저리 설명하고 난 후 어떻냐고 나에게 물어보더군요.
요즘 세대는 일을 준만큼만 한다고 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딱히 요즘 세대라고 꼬집진 못할 거 같습니다. 제가 신입이던 시절에도 일이 주어졌을 때 적당히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더 끄집어내고 파헤쳐서 뿌리째 뽑아 정상상태로 만들어두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때 그 사람들의 심정을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이 문제점을 보는 관점은 크고 작은 차이보단 누군가에게 불편을 준다는 사실 자체를 해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런 미덕은 두 가지 태도를 갖게 합니다. 바로 책임과 신뢰인 거죠. 이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이 정도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구나, 이 정도까지 해결 의지를 보이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과 동시에 '일을 맡겨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볼게요. 다음 주에 있을 행사 진행을 맡겨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나 동료나 후임에게 맡겨야 할거 같습니다. 그럴 때 누구에게 일을 주고 싶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일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의욕만 앞선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비슷비슷하다고 한다면 그땐 누구를 떠올릴까요? 평소에 일처리를 믿을만하게 한 사람이 우선순위로 떠오르지 않을까요?
경력이 있는 사람은 경력으로 평가를 받아요. 그러나 신입은 경력이 없기 때문에 평가를 받는 기준이 다소 모호합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바로 태도예요.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를 보고 그 사람의 역량을 생각합니다. 분명 결과물이 시원찮을 수도 있고, 실수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개선하다 보면 좋은 결과물을 내게 될 거에요. 반대로 '이 정도면 됐어'라는 생각, 혹은 '여기서 더하는 것은 나만 피곤해'같은 생각은 상대방에게도 손해지만 궁극적으로 나 자신에게도 손해입니다. 타인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니까요.
일을 받은 만큼만 해서 잘되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은 없습니다. 나이가 젊기에 생명유지를 하는 경우는 봤지만 좋은 대우를 받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거 같아요. 나의 이미지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사회생활 중 하는 일들은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 일의 결과물에는 나의 태도가 녹아들어 있어요. 윗사람은 그걸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애가 대충 했는지 열심히 했는지, 얼마나 고민하면서 만들었는지.
처음에 소개한 사례의 후배는 나에게 의견 제시를 함과 동시에 참여하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면서 저의 의견을 묻는 동시에 그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저를 참여시킨 것이지요. 그렇게 되니 어떻게 손 놓고 있을 수 있겠어요? 현명한 사람은 타인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을 그 후임에게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