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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17. 2020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더 어려워

나는 낀 자리에 있다. 위로는 상사가 있고, 아래에는 후임이 있는, 양쪽의 눈치를 살펴보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윗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랫사람 눈치는 왜 본다고 말할까? 일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신입시절일 때만 해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거 같다. 당시엔 일을 과자 던지듯 주는 상사. 왜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귀찮아하며 대답하지 않거나 '하라면 해'라고 말하는 사람, 알아서 하라던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다. 강압적/명령조 분위기도 심했다. 때로는 인권마저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팀장도 봤다.


그런데 지금은 아랫사람의 눈치를 봐줘야 한다. 단순하게는 일을 망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회사를 그만두거나 혹은 어떤 식으로 보복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보복 같은 하찮은 것보다 이 사람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야 그 사람도 능률이 오르고, 일을 분담하는 내 입장에서도 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미 있게 일을 건네는 방법, 의욕을 일으키는 방법, 책임과 역할을 어디까지 맡길지에 대한 고민을 수도 없이 한다. 이 과정이 윗사람의 눈치 보다 아랫사람 눈치를 더 보게 한다.


요즘은 위아래 개념도 점점 사라지고 수평적 분위기로 변하려 하는 거 같다. 이제까지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반말해본 적도 없기에 개인적으로 이쪽이 더 편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일을 분배해야 하는 사람이고 상대방은 일을 전달받는 사람이다. 의사결정을 함께 한다 하더라도 투표처럼 1:1 지분관계를 갖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나는 눈치를 볼 것이다. 그 사람이 잘해줘야 우리 팀의 실적도 오르고,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면 하나 더 좋은 점이 있다. 내가 생각한 한계능력의 넘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맡기면 딱 그만큼만 한다. 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맡기다 보면 스스로 고민하고 내게 질문한다. 때론 그 질문이 한숨 나올 정도로 이상한 것도 있지만,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다.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기다릴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기다림 역시도 선임자의 해야 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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