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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12. 2020

상사와 잘지내는 방법 좀 익혔으면 좋겠어

신입은 일이 서투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죠. 일에 대한 숙련도도 그렇고 사회생활도 처음이고 여러면에서 미숙하기 때문에 신입이니까요. 그러니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위치기도 합니다. 작게는 일에 대한 노하우부터 크게는 조직과 관계에 대한 이해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도움과 조언이 필요합니다. 종종 괴물같은 신인이 등장하기도 하지만요.

우스게 소리지만 남자가 많은 곳에 여자로 있거나 여자가 많은 곳에 남자로 있으면 그 사람은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체로 호의를 받는 경우를 많이 본거 같아요. 하지만 대다수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다수를 위해 쓰는 글입니다.

처음에는 다 똑같은 신입이지만 시간이갈수록 점점 대우가 달라집니다. 어떤 신입은 사랑받는다는게 느껴지는데 반해 어떤 신입은 매일 혼이 나는 것처럼요.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혼내는 일에 대부분은 일때문인지라 처음에는 일을 못해서 그런건가 싶었죠. 그런데 특별히 일때문만은 아닌거 같습니다. 처음 이야기했듯 신입에게 일을 잘할 걸 기대하는건 무리가 있으니까요.

선임은 후임이 일을 완벽하게 잘해낼거란 기대로 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경험해보라고 주죠. 그 경험을 쌓는동안 잘못한 것을 내가 커버해주겠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간혹 정말 잘해야 하는 일을 던져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사수/부사수가 갖춰진 곳이라면 그렇죠. 그래서 지연되거나 잘 안될거란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제가 본 몇 사수는 신입 또는 부사수를 받는걸 불편해 했는데, 할일도 많은데 사람까지 챙기려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렇다고 하더군요.

# 처음부터 신입을 미워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른은 왠만해선 아이를 보며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화를 낼때가 있어요. 바로 했던 실수를 자꾸 반복하는 경우 입니다.

신입에게 있어서 한번의 실수는 매우 크게 와닿습니다. 그로인해 위축되게 되고 좁은 시야에 갇히다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곤 하죠. 그러나 진짜 문제는 빈도입니다. 예를들어 볼게요. 전날 윗사람에게 보고될 문서에 오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지적했죠. 그런데 다음날 또 오타가 발견됩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도저히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런상황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큰 실수 한번이면 상황에 따라 적당히 묻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잦은 실수는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고 나아가 짜증나게 합니다. 가령 작은 바늘로 손가락을 계속 찔러 불쾌한 감정에 신경쓰게 만드는 것처럼요. 심하면 보는것만으로도 짜증이 납니다.

때문에 잘못했다면 어떻게 잘할지를 좀더 전략적으로 분석하면 좋겠습니다. 흔히 착각하는 것중 하나가 선임이 후임을 야단치면 후임만 불편할거 같지만 사실 선임의 마음도 굉장히 불편해 집니다. 그래서 후임을 더 어색하게 대하게 되죠. 서로 어색한 관계가 되버리면 좋은 이야기가 오고가기 힘들어집니다. 점점 더 불편하고 짜증만 나게 되고 관계를 회복할 방법이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이 프레임을 빠르게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제가 볼때 신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태도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자기만 챙기는 사람은 신입일수록 더 티가난다

요즘은 서로 눈치주지 않고 자기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는게 대세라죠. 대표적으로 야근이 그럴텐데요. 그래서 어떤 선임은 할일이 있어도 일부로 짐을싸서 나가곤 합니다. 자기때매 늦게 갈까봐 염두에 둔 행동인거죠. 선임도 후임의 눈치를 본다는 의밉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권리를 당연하다는 듯 챙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팀에 비상이 걸렸는데 자기는 퇴근시간이 되었으니 가보겠다며, 마치 자기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는거죠. 그럴때 선임은 생각합니다. '아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되는구나'.

어떤 사건이 생길때마다 자신의 안위와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신입일수록 선임은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왜냐하면 그런 시절을 선임도 겪어봤기 때문이죠. 그래서 악순환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데 도리어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면 당연히 얄밑게 보일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공격하게 되는 것이죠.

후임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체로 후임은 선임에 비해 상대적 약자이니까요. 하지만 반대역시 마찬가지지 않을까요? 존중받길 원한다면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조건 받기만을 원하는 신입, 자기감정과 사생활을 항상 최고가치로만 생각하는 신입, 배려가 없는 신입을 좋아하는 선임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신입과 선임관계가 아니라 서로 동등한 관계라 하더라도 그런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선임이 다 좋은 사람은 아닐것입니다. 누군가는 보자마자 막말을 하는, 인성이 나쁜 선임도 분명 있을거에요. 저역시도 그런 사람을 겪어보기도 했고요. 그런 선임이 있는 곳이라면 분명 다른대로 도망가는게 상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 사람들 중 다수는 타인에게 악행보단 선행을 하고싶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내앞에 호랑이 같은 선임이 있다면 그 선임을 내가 만든건 아닐까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는게 좋겠습니다. 지금 미움받고 있다면 사람자체를 미워하는 선임인건지, 아니면 나를 밉게 보게끔 알게모르게 내가 꾸준히 노력한건 아닌지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선임도 신입과 똑같은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