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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근 Jun 03. 2019

지식의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올해는 꼭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한다. 각종 미디어도 내 마음을 아는지 가는 사이트마다 영어공부 광고가 빵빵 터진다. 한번 등록해볼까? 하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내 포기한다. 어차피 오래 안 할걸 알고 있으니까. 그럼 올 초에 적어둔 2019년 목표는 잘 따르고 있을까? 역시나 아니다. 심지어 어디에 적어두었는지 조차 까먹었다. 분명 쓸 때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자고, 매일 보자고 말해놓고 말이다.



# 영어공부를 했었어야 했던 이유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영어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단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전이 중요했고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실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대학 전공에 맞춰 취업하는 사람도 적다는 점과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이론적인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엔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업무는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했던 공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었다.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인 나도, 지금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론 공부를 하지 않으면 했던 것만 하게 되고 실력은 나아지지 않으며 더 나은 방법을 습득하는데 무관심해진다. 친구 중 한 명은 여전히 실전파로 공부하는데, 업무적으론 탁월해지고 있는데 반해 실력 부분(테크니컬 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그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전히 잘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친구는 운이 좋아 회사와 잘 맞는 포지션에 있게 되었지만 다수의 사람은 오히려 반대 입장에 있을 것이다. 덕분에 괜찮은 대우를 받으며 회사를 다니고 있으나, 다닐수록 회사에 귀속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한 회사에 귀속되기 싫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초반엔 조금 무모한 도전을 한적도 있다. 어쨌든 한 곳에 목 매이는 것이 싫어서 공부를 시작했고, 하다 보니 내 실력은 비슷한 경력을 가진 분들에 비해 좋아졌다.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성취가 만족스러웠다. 이전에는 3~4시간 하던 것이 1~2시간이면 해내곤 했으며 단일 프로젝트도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느낀 것은 없었던 거 같다. 시간이 세이브되다 보니 공부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새로운 것에 계속 시도했다. 그러나 계속 올라갈 것만 같았던 실력도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다. 영어라는 장벽에 막힌 것이다.



# 미뤘던 일에 이자가 붙었다


'IT 관련 업종은 영어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관련 업종 종사자들 중에는 영어공부를 해야지 라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나 역시도 그중 하나였지만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전까지 실력이 어정쩡할 때는, 영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한국어로 검색해도 내가 궁금한 것의 90% 이상은 금세 답이 나왔고, 영어로 본다 하더라도 코드로 이해하면 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전무했다. 그런데 점점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많아지고 발전될수록 영어원문을 찾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점점 한국어로 검색이 안 되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디테일하게 파고들수록 그런 편차는 심해졌다.


그러다 보니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년 전에 6개월간 영어학원에 매일 나가서 꾸준히 했다. 하지만 회사가 옮겨지고 오전반에 참가할 수 없게 되자 그만두었고 다시 영어공부를 손 놓게 되었다. 그러고선 매년 1월 1일이 되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짐만 했다. 몇 년 동안 이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공부를 하면서 통계를 봐야 할 일이 늘었다. 이참에 공부를 좀 해두면 좋겠다 싶어서 살펴보던 중 웬걸, 이제는 수학도 하게 생겼다. 수포자였던 내게 이제 와서 수학이라니. 어찌 됐든 이제는 영어 + 수학 둘 다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한때 떠돌던 문구가 떠올랐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미국의 가수 테이 존데이(Tay Zonday)의 트윗에 올랐던 글이다.


지금 가난하다는 것은 나중에 더 가난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 당장 치약 칫솔을 살 돈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임플란트 비용을 청구받을 것이다.
지금 당장 새 매트리스를 살 돈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척추 수술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그 혹을 검사받을 비용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3기 암 치료비를 내게 될 것이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나는 지식의 가난에 빠졌다. 그리고 그 가난을 벗어나고자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기에 이자가 붙었다. 시간이 없다고 미뤄왔던 영어에 수학이라는 이자가 붙은 것이다. 차라리 '그때 제대로 했더라면'라는 후회를 이제야 해본다. 학창 시절 때 공부 좀 열심히 해둘걸 같은 소리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 지식의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갈 것인지, 모두 다 끌어안고 원하는 길을 갈 것인지. 전자를 선택하면 당장 편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방면에, 후자를 선택하면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된다. 내 성격상 선택을 하자면 당연히 후자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다.'라는 말을 경험상 믿는 나로서는 지금 당장 외면한다 해서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보장을 할 순 없었다. 누군가는 전략적으로 회피하여 다른걸 잘 선택해 인생역전도 하건만 내가 살던 세상에서는 그런 건 거의 없었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영어와 수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미래의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후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어차피 똑같이 후회할 거라면 뭐든 남는 거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한분이 미래에 없어질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의 자격증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올려둔 적이 있다. 그때 이렇게 적은 기억이 있다. '사라지는 게 언제가 될지 모르니 사라질 때까지 꿀 빨면 되고, 공부한 것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 그때가 되면 응용할 수 있는 걸 찾아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적었다. 그분은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시는 분이었고 변화에 잘 적응하실 거라고 믿었기에 그런 답글을 썼다.


역사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리고 사라져 간 것들의 공통된 특징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였다. 때문에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새로운 걸 학습하는 데 있어 이것이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 고민하고 시간 낭비할까 봐 걱정하는 것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가 아닐까 싶다. 아는 게 없으면 변화에 대한 적응 폭이 작아진다. 하나를 날카롭게 세우는 것도 중요하나, 언제든 확장할 가능성도 함께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고스란히 내 영어와 수학 공부에 대입해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인 샘이다.




'가난은 이자가 붙는다'는 말은, 사실 이 세상 모든 것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붙일 수도 있고, 부정적 방향으로 붙일 수도 있다.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영어공부를 좀 더 확실히 끝내 놨더라면 내게는 여유라는 이자가 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시간을 늘려야할 '이자'가 붙은 것이다. 이자는 중립적이다. 안 했으니까 해야 하는 거고, 해놨던 거면 더 좋은 기회를 가져다준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젠가 일시불로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내 인생을 비춰 봤을 때 이직할 때가 그런 것 중 하나였다.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정말 운이라도 받쳐주지 않는 한 더 좋은 조건의 회사를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반면 준비가 되어있으면 대체로 합격점은 쉽게 넘어가는 편이었다. 그럼 앞으로 인생에서 일시불로 지불해야 하는 시기는 또 언제일까? 아마 퇴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퇴직하게 되었을 때 뭘 할까 방황하기보다 지금 미리 할부로 지급하자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것을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저 '일시불은 부담되니 할부로 내는 것'라고 말한다.


가난에 이자를 붙이지 않으려면, 그것을 이자를 뛰어넘을 결과를 내야 한다. 지식이라면 공부를, 돈이라면 빚부터 갚아 이자가 더 커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돈이라면 부채를 잘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식의 부채는 그냥 부채로 남아있을 뿐이며 시간이 갈수록 커지기만 한다. 경험도 빠르고 어릴수록 좋은 것처럼,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면 당장 시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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