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부모의 성향을 꼭 닮는다. 아직 직접 세상을 경험하지 못할 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기 위해, 좋은 모습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후임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있는가?
후임이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눈치를 보는 것은 사장도, 부장도 아닌 바로 윗 선임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내가 하는 일을 1차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그이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갈등에서도 직급이나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게 되면 오히려 그런 일이 잘 없다. 1~3년 선임과의 갈등은 그에 비하면 빈번하다. 진을 쏙 빼버리거나 자신감을 무한정 깍아내리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지금의 선임 역시 누군가의 후임일 때가 있다. 그리고 분명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저런 선임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이 자기 선임을 가장 많이 닮는다. 보고 배운 게 그것밖에 없을 경우 그렇다. 그러면서 자신은 착한 척, 좋은 선임 인척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걸 보면 역겨움에 가깝다. 정말 뒤통수를 한대 후려쳐주고 싶다.
내가 혹시 그런 사람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타인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는지 아니면 말을 끊는지. 부하직원들이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내가 묻는 말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있는지. 만약 부하직원이 논리적으로 말은 되지만 내 직관에 어긋나는 의견을 이야기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지. 부하직원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한다면 그것 자체로 괘씸하게 여기진 않을지. -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나쁜 선임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던 사람이 선임이 되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그런 위치에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잘 모르기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에 몸을 맡긴다. 그런 무의식은 대부분 이전 선임에게 배운 게 많다. 아무래도 비슷한 상황을 가장 많이 겪을 수 있는 사람이 이전 선임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말로 좋은 선임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의 다짐이 아니라 정말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학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학습하면 될까?
1)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다. 리더십에 관련된 책은 서점에 가면 많이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한 권으로 끝낼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내 몸에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고 한다면 이 세상에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사람도, 영어공부를 매년 새로 끊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영단어 책을 사면서 암기가 한 번에 안될 거란 걸 잘 알면서, 책이나 영상으로 한번 공부하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적어도 자신의 습관적 생각을 고치기 위해선 최소 100일은 꾸준히 학습하고 노력해야 한다.
2) 미리 가상 시뮬레이션 및 대화 주도 방법을 정하는 것도 괜찮다. 화법을 잘하는걸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않은데, 진정한 대화의 고수는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알고 시기적절하고 말을 꺼내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기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나왔을 때 방황한다. 그런 당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매뉴얼과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간접경험하는 것이다.
함께 일할 사이라면 얼굴을 붉히는 것보다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솔선수범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후임에게 온갖 일을 다 시키고 공을 가로채는 선임, 자신은 놀면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뭐라 하는 선임은 후임에게 어떠한 존경도 받지 못한다. 후임 역시 형식적인 대답만 한다. 그건 리더가 아니라 자리가 만든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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