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사람을 봐요.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 아니, 최선을 다하는 사람.
회사에 가면 직급이 있고, 윗사람이 있죠. 그리고 그 사람들은 아랫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이걸 해야한다, 저걸 해야한다. 노하우가 담겨서 말하는 경우도 있고, 때론 잘 모르지만 일단 해봐라는 식으로 맡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종종 신기한 걸 목격해요. 질문하지 않는 후임들을 보기 때문이에요.
그들도 나름의 질문을 해요. 그런데 그 질문들이 왜(why)가 아니라 어떻게(how)를 많이 물어봐요. 일을 받긴 했으니 why는 알아서 정해졌을 거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중요해지는 것이죠. 왜를 물어보는 것은 내 영역이 아니니 책임여부가 없지만 어떻게는 내가 해야할 일이니 책임이 들어가고 적극적이게 돼요. 종종 왜를 물어보는 친구도 있긴 해요. 그런데 왜를 ‘한 번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why)는 절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실무를 하면서 새로운 것이 발견되거나 하여 기존 목표와 충돌이 일어날 경우 왜를 다시 물어봐야 해요. 그러나 이 부분을 생략하거나 무시하고 일을 완료하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거 같아요. 물론 맡은 일이니까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은 기특하긴 하지만, 사실 상사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닐 수도 있어요. 실무로 적용되다보니 상황이 달라져 목표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어떤 변곡점이 발견되었을 때는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할 줄 아는 것이 좋아요. 물론 이것도 팀이나 회사 분위기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열린 팀장, 열린 조직문화라면 이런 의견을 기꺼이 받아줄 거예요. 그게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걸 상사들도 알거든요.
시키는 일만 잘하는 건 매력이 없어요. 시키는 일이 무엇이든 그것을 ‘잘’해내는 것이 중요하죠. 모든 김치찌게 집은 다 김치찌게를 만들어요. 그런데 '맛있게' 만드는 김치찌게집은 드물죠. 잘하는 것과 그냥하는 것은 차이가 천차만별이에요.
잘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고, 때문에 다시 질문하는 습관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야 일을 여러 번 수정하지 않고 그게 효율성으로 연결되기도 하니까요. 또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들을 거고요.
그러니 일을 할 때는 어느 정도 주관을 갖고 의견을 붙일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싫다고 하는 팀장이나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머물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나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회사라는 건 나를 키울 생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기계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하려 하지 않잖아요? 기계는 쓰다 보면 언젠간 안 쓰게 되니까요. 그러나 부모님들을 보세요.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노력하잖아요.
상사는 일을 ‘잘’하는 후임을 좋아하지 일을 기계처럼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실무를 하면서 생기는 변수를 공유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제시할 줄 아는 후임을 더 좋아하게 되어있어요. 기특하잖아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그 모습이 이 글을 읽는 당신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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