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일하지 말아줄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안 보려 해도 보이는 게 있어요. 얘가 어떤 친군지. 사실 이런 건 직장뿐만 아니라 어디든 있잖아요. 친구를 다양하게 사귀다 보면 얘는 이렇구나, 쟤는 저렇구나 하는. 그런데 직장은 좀 더 살펴보게 되는 거 같아요. 일을 같이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대답을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래서 ‘잘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날 결과물을 가져왔을 때 엉망으로 되어있는 것을 봐요. 그럴 때 실망감은 말할 수 없이 커요. '얘는 입만 살았구나' 또는 '의욕만 앞서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니까요.
일을 전달하는 입장에선 그 일이 잘 진행되고 있을 거라 기대해요. 어려운 일은 기대수치가 낮지만, 대부분의 일은 당연히 잘 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그 일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몰려와요. 마감은 다가오는데 일은 제대로 안되어 있으니 멘붕이 오는 거죠.
역지사지란 말이 있어요. 한번 거꾸로 생각해봐요. 화장실이 막혀서 전문가를 불렀는데, 그 전문가가 다 해결해줄 것처럼 이야기하여 믿고 맡겼어요. 그런데 막상 의뢰하니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한두 번 물을 내리니 도로 막혀버리는 거예요. 이럴 때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요. ’ 실수할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실망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차라리 말이라도 그렇게 하지 말든가.
대답을 안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대답만 잘하는 사람은 속된 말로 필요가 없어요.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무슨 이유로 회사가 당신을 고용해야 할까요? 대답을 잘하니까 고용해야 하는 걸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대답은 잘할수록 좋죠. 다만 대답만 잘하지 말라는 의미예요. 대답을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건 상관관계가 낮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일을 잘하기 위해선 질문이 많아야 하겠죠.
질문하는데 귀찮아하거나 잘 대답해주지 못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건 상사나 조직문화가 좋지 않은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질문조차 안 하는 것은 후임의 몫이죠. 상사가 아무리 이것저것 미리 준비해서 전달해준다 하더라도 진행하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직접 다루는 사람이 가장 잘 알아요. 좋은 상사라면 실무자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것이겠죠.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존재가치는 자신이 증명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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