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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01. 2020

일을 이쁘게 하면 좋겠어

얼마 전 집에 있기 답답해 동네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마침 좋았는데 왠지 평소와 달리 머리가 띵하더군요. 그래서 주위를 보니 유독 페인트 냄새가 났습니다. 알고 보니 카페 뒷마당이 있는데 거기에 페인트질을 새로 했더라고요. 시원한 가을날, 카페 문을 활짝 열어두었는데 문 사이로 페인트 냄새가 흘러들어온 것입니다.


그 시각 일하고 있는 직원을 봤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일을 열심히 하더군요. 손님이 없을 때는 카운터를 정리하고, 주변 기기를 정리하고, 조리도구를 닦고. 자기 일을 성실히 잘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페인트 냄새가 들어오지 않았나 봅니다. 종종 뒷문으로 들락날락도 하던데 냄새가 그리 거슬리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때 만약 그 직원이 냄새를 알아차리고 문을 닫아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회사일을 하다 보면 자기 일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할 때가 있어요. 타인과 내 것의 오묘한 경계선에 있는 그런 일들이 요. 무시하면 좋겠지만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원활히 마무리되진 못할 거 같은 그런일이지요. 그래서 누군간 그 일을 해야합니다. 그럴 때 미리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혹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체크해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거나요.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것, 혹은 신경 쓰고 있지만 알아서 눈치채고 일을 마무리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은 보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건 일을 잘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일에 대한 관심, 혹은 대상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니까요. 그런 사람을 보면 ‘나도 열심히 해서 보상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요.


그런 사람을 '일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소위 센스가 있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일을 해도 알아봐 주지도 않는다고, 그저 맡은 일만 하고 월급만 따박따박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달리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봐 주고 보상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한 일이지 어떤 보상을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은 좀 별로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매우 지루할 순 있지만요.


그러니 일을 예쁘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잘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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