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휴일이란 평소 하지 못 한 것들을 하는 날이다. 그게 일일 수도 있고 책을 보거나 인강을 듣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휴일 내내 이것들에 매달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할당량을 채운다. 이번 연휴에도 어김없이 그런 방식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해야 할 일만 하다 보면 한 번쯤 일탈을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름만 들어본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가 생각날 때다. '이런 거 하나 보면 어때서'라는 생각과, '언제 이걸 다 봐. 시간낭비야. 하던 거 해야지'라는 마음이 서로 충돌한다.
계속 신경이 쓰일 바엔 그냥 시원하게 보는 것이 낫다. 그건 이전에 경험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런 고민할 시간에 이미 봤다면 충분히 다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걸 보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대단한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은 먹지 않겠어 라고 하면서 동네에 도착하면 '그래도 떡볶이는 괜찮겠지'라며 포장용기에 든 떡볶이를 들고 집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극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살면서 그런 자극 없이 사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하는 것에 즐거움과 희열을 찾아야만 했다. 타인이 즐겁다고 하는 것에서 느끼지 말고 오롯이 내가 느끼는 감정을 기억하고 거기에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해가 다 가는 이 시점에, 나는 무엇을 즐거워하는지를 되돌아봤다. 그중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을 해결할 때였다. 능력은 있지만 미뤄서 못했던 거라든가, 새롭게 배워야 하는데 배울 시간이 없어서거나 등 이런 것들이 하나씩 해소하는 게 내겐 기쁨이었다. 다음으로 즐거워하는 것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을 되돌아볼 때이다. 올해 나는 어떤 목표를 가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장기적이고 커다란 거 말고 작은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 목표들을 위해 하루, 단 1시간이라도 실행한 것에 뿌듯함을 갖고 있었다. 때론 감정으로 인해 미루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뿌듯함을 주는 건 내가 목표를 위해 단 30분이라도 투자한 것들이었다. 설령 그것이 효율이 나오지 않아 실망감을 드러내게 될 때에도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잡히는 듯했다. 당장 인강을 틀고 3편을 내리 봤다. 그리고 한 곳에선 오늘 할 일을 정리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란 소리를 들었다. 고통이란 내가 되고 싶은 것과, 현재 나의 모습 사이에서 오는 간극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도 새롭게 생기는 목표 때문에 고통은 새롭게 생기며, 다음 고통이 나를 기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들이 없었다면 나는 정신병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는 올해,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