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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08. 2019

흔들리는 것도 내 마음이요, 감사하는 것도 내 마음이다

초여름에 시작한 사내 독서모임이 오늘 끝났다. 8주 정도 일정이었는데 일이 바빠 조금씩 밀려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밀렸다. 이번 글은 진행하면서 느낀 간단한 감상평 및 반성의 글이다.



#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낀 점


사내 독서모임을 만들었던 목적은 책을 보고 양질의 대화 및 토론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친밀감도 올릴 수 있고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자기주장을 잘 전달하는 연습도 되면 좋겠다 싶어 시작했었다. 그러나 조금 힘든 일정을 내걸어서인지 신청자가 매우 적었다. 그럼에도 일단 해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시작했다.


모임은 내가 생각한 만큼 원활하게 돌아가진 않았다. 왜 그럴까 생각을 곰곰이 해보니 나는 이전에 영감을 받은 다른 독서모임을 이곳에도 하면 어떨까 하고 이미 틀을 짜 놨던 것이 문제였다. 각 모임에는 개성이 있다.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모인 모임이라 하더라도 모인 사람에 따라 제각각 개성을 가진다. 모임이란 각각의 색을 가진 개인이 참여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멋진 그림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막상 만나기 전까지는 어떤 색을 가질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는 붉은색을 칠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붉은색을 잘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혼자서 그리고자 하는 색을 계속 칠하며 강행할 수 있을 테지만 그렇게 될 경우 더 이상 모임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강의란 형태에 가까운 것이므로 애초에 모임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 흔들리는 건 나의 마음이었다


초반에 내가 원하는 색으로 되질 않자 이내 실망감이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임을 주최한 이상 대충 할 수 없기에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모임과 비교했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질 못했다. 그런데 오늘 마지막 모임을 하면서 스스로가 그간 참 어리석었음을 꺠달았다. 모임의 개성에 따라 각각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는데, 나는 단 하나의 길만을 고집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기대하는 것이 되기만을 고집 피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마지막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았다. 그러면서 그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최선을 다하며 살자는 나 스스로의 다짐을 배반하는 일이요, 타인에 대한 실례였다. 좀 더 준비를 잘했더라면,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후회는 뒤늦게 찾아오기 때문에 후회인 것이다.



# 모임의 성격은 참가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모임마다 성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모이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가는 대화 내용과 피드백에 따라 대화 내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같은 친구라 하더라도 꺼내 드는 화두가 각각 다르다. 어떤 친구와는 집안 이야기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와는 성적 이야기를, 어떤 친구와는 연애 이야기를 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화두를 던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대화 내용이 달라진다. 왜 그런 걸까? 서로 주는 피드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패턴은 모임, 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때문에 일정한 틀은 정해줄 수 있되, '어떤 모임이 될 것이다'라고 계획하는 것은 어리석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때문에 어떤 모임을 만들지 중점을 두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흥미롭게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에 좀 더 심도 있게 생각했었어야 했다. 연결을 중심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람을 모집할 때부터 좀 더 틀을 낮춰 유연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결을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끝날 시간이 되었다. 책을 덮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비록 작은 모임이었고 몇 번 미뤄서 만나기도 했지만 8주간의 모든 모임에 모두가 출석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오기 싫어서 적당히 미루거나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을 모두 노력해준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그때 머릿속에 스친 것은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약 3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함께 책을 읽어 주었고, 일이 끝난 후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줘서 감사했다. 그렇다. 나는 무언가 아쉬워하고 실망하기 전에 먼저 감사해야 할 것을 찾아봐야 했다. 그걸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반성한다.


흔들리는 것도 내 마음이 감사하는 것도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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