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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10. 2019

권력이동과 신뢰

세상이 바뀌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내가 주로 생활하는 곳,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여전히 윗사람의 한마디에 많은 부분이 결정되고 달라진다. 세상이 바뀌었다는데 왜 내가 다니는 회사는 안 그런 걸까? 아직까지 사회가 이런 현상이다 보니 권력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곳곳에서는 조금씩 권력의 이동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SNS와 같은 활동이다. 2017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힘없는 국민들이 모두 모여서 광화문 광장을 흔들던 촛불시위는 전 세계에 영감을 줄 정도로 대단했다.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 집회에 모일 시간을 약속하고 한 곳에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만약 권력이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 같은 현상은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즉 권력이란 시대에 따라, 상황과 유형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우린 목격하고 경험한 산 증인들인 것이다.



# 신뢰가 중요한 이유


지금은 정보화 사회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정보가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정보를 소수가 독점하고 있었던 것이지, 정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보는 왜 중요할까?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어볼까 한다. 어느 거지차림의 사람이 다가와서 저쪽에 가면 1만 원을 준다고 한다. 당신은 그곳에 갈까? 조건을 조금 바꿔보자. 평소 친하게 지내는 회사 동료가 다가와 같은 곳을 가리키며 그곳에 가면 1만 원을 준다고 한다. 당신은 그곳에 갈까? 누군가는 누가 얘기하든 알려준 장소에 가겠지만, 누군가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말에만 행동으로 옮긴다. 즉 성향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정보라 하더라도 신뢰하는 정도에 따라' 그 정보를 취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신뢰 있는 정보는 내가 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정보에 따라 나의 자원을 투입한다(시간이든 돈이든). 하지만 우리는 신뢰에 대해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다. 왜일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면 제시간에 회사에 도착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이라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철의 안정성이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지하철 이용을 꺼려할 것이다. 우리가 행동하는 상당 부분은 신뢰를 통해 이뤄진다.


# 신뢰는 권력이 된다


얼마 전 사내 독서모임에서 지정도서로 <동물농장>을 했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이자 오래된 명작인 <동물농장>을 보며 권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거 같다. 왜 이 타이밍에 신뢰와 권력을 묶어서 생각한 걸까? 그건 바로 정보는 신뢰성에 따라 중히 여겨지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권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들의 지도자인 '나폴레옹'(돼지)의 말을 신뢰한다. 처음 농장을 인간으로부터 해방시켰을 때에는 모두가 평등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돼지들의 독점과 권력이 커져갔다. 그러나 이전에 인간에게 지배당했을 때와 비슷한 처지와 대우를 받아도 '나폴레옹은 다를 거야'라는 생각으로 참고 자기들이 할 일만 열심히 한다. 그게 지배층인 돼지들을 살찌우는 것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말이다. 이처럼 신뢰는 강력한 힘을 가지며 때론 논리적 판단을 묵살시킨다.


몇 년 전부터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유튜버나 페이스북의 소위 잘 나가는 인기인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요즘의 광고는 여전히 TV나 대중매체, 케이블에 홍보하는 방법도 있지만 인플루언서에게 물건 소개를 의뢰하여 마케팅하는 경우도 많다. 이전에는 대중매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도 비싸고 장벽이 높았다. 이제는 소수라 하더라도 확실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인플루언서가 있고 홍보할 수 있는 채널도 늘어났기 때문에 대중매체의 권력이 이전만 못하다. 몇몇 분들은 뉴스를 공중파 대신 케이블, 또는 유튜브로 본다고 하니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고 알 수 있다.


# 이전과 달라진 신뢰 방법


이쯤 되면 어떻게 신뢰를 획득하는지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그들은 어떻게 불특정 다수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이전에는 신뢰를 주는 방법도 탑다운(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법)과 흡사했다. 그래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이 신뢰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신뢰를 개개인이 작성하는 리뷰나 인기글, 공유 등 양질의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전과 같은 제공 방식이 아닌 다양한 루트를 통해 수집, 제공되다 보니 보다 객관성을 띄기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작성하는 글은 아무래도 편향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쓴 솔직한 후기는 신뢰가 갈만하다. 그 사람의 글을 믿고 안 믿고는 나의 선택이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하는 말이라면 신뢰성이 좀 더 높아진다(물론 이 같은 신뢰를 갖기 위해선 댓글 조작이 없도록 시스템에서 충분한 리뷰 필터 시스템이 구축되는 게 좋겠다. 이 이유로 아마존의 경우 신뢰성이 있는 리뷰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이러한 현상이 이전과 달라진 신뢰구축 방법이다. 보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취합할 수 있는 정보는 그 자체로 신뢰를 얻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취업시장이다. 이전과 달리 몇몇 회사는 더 이상 스펙만 보지 않는다. 이 사람이 회사에 와서 바로 일을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인가를 판단한다. 그 같은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output 식 학습을 하는 것이다. 어딘가에 기록하고 그것을 공개 사이트에 올린다. 과거에 '어떠한 것을 했었다'라고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한 것들의 증거를 남겨놓는 방식이다. 그러한 정보는 인사담당자가 회사에 필요한지 아닌지 보다 유심히 살펴볼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내 경우도 면접을 볼 때 어떤 공모전에 참가하여 입상한 경력을 이력서에 포함했었다. 그때 면접관이 내게 '이때 담당한 정확한 역할(role)이 무엇이었나요?'라고 물어봤었다. 이후부터는 이력서에 내 정확한 역할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관련 항목에 대한 객관적 지표들을 수집해둔다. 이것들이 모두 상대방에게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투명성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정보 말고 '이 정보를 정말 믿어도 될까?' 하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끔 하는 투명한 정보가 신뢰성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샘이다. 그래서 output방식의 학습이 중요하고 증거를 남겨놓는 게 중요하다. 시대가 점점 기교보다 정공법이 통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신뢰는 곧 힘이다. 이는 사실 인류사를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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