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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07. 2019

고객경험이 중요한 이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고객경험'이라는 말이 그리 크게 와 닿진 않았다. 아마 고객 위주의 경영이라는 것이 '손님은 왕이다'라는 표어와 일치하던 시절을 보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표어에는 일하는 사람을 깔보는 나쁜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즉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기보다 하대하고, 윽박지르고, 하찮게 보는 것이 존재했다. 굽신거려야 하고, 뭐라 윽박질러도 찍소리 못하는 그런 대우를 받던 시기랄까.


그런 문화가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일하는 사람도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많이 생겨서인지 예전보단 덜한 것 같다. 그러나 이전에 받은 그 감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은 탓인지 고객경험이라는 단어가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졌던 거 같다. 마케터들이 말하는 고객경험이라는 것은 '손님은 왕이다'라는 표현의 그것과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지만 획일화하여 생각한 자기 편견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매출과 직결되진 않는다


한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전과 달리 공급이 과잉되어서 보다 좋은 제품을 소비하고 싶은 욕망과, 제품의 혁신이 평준화되면서 서비스에 치중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공급과잉이 마케팅을 한층 발전시키게 하였고, 다시 예전처럼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과도한 마케팅이라든가 고객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언뜻 보면 맞는 것 같은 이 논리는 최근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저는 과거의 불편함을 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고 한번 겪었던 경험을 쉽게 전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해외여행을 갔다고 하자. 한 카페에 들려 한국의 카페에서 느낄 수 없는 고유한 서비스 품질을 경험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국보다 못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면 나는 지속적으로 그곳을 찾아가게 될까? 한 번은 소비할 수 있어도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아무 경험도 없을 때는 서비스 품질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을 소비하면서 내 삶이 어떻게 나아질 것인지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나은 서비스를 경험했다면, 그것보다 못한 서비스에 지갑을 쉽게 열진 않는다. 그저 다른 대체제가 있는지 찾을 것이다. 외국에 가서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로컬에서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판매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측면에서 만족되지 않으면 찾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고객경험이 중요한 이유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고객에게 호소력이 있다. 미국인 59%는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선택할 것이다. - <그로스 아이큐>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비슷한 상품이 올려져 있을 때 각각을 비교하면서 후기를 꼭 읽어본다. 후기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이 쓰여있는데 거기엔 종종 제품에 대한 내용보다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있기도 하다. 이런 글은 구매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배송이 늦어요'와 같은 리뷰가 많이 달리게 되면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약간 꺼리게 된다. 제품에 대한 내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배송이 느리다는 말에 신경을 쓰게 되는 걸까? 이것들이 모두 고객 경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고객경험이라 하는 것은 제품의 품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보자면 제품이 선택되어 내게 오고 그것을 사용하면서 겪는 모든 것이 다 고객경험에 속한다. 몇 년 전부터는 광고 역시도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고객경험의 범주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처럼 고객경험이라 함은 단순한 물건과 사람의 연결보다 훨씬 큰 범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고객 경험은 고객이 기업의 제품, 직원, 다양한 판매, 서비스, 마케팅 채널에 참여하고 나서 발생하는 감정에 근거한다 - <그로스 아이큐>


누군가는 아이폰을 좋아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삼성 갤럭시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훨씬 많다. 사용자가 많으니 이용하는 앱도 자연스레 안드로이드부터 개발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경우 안드로이드 개발을 먼저 하고 시장성을 본 후에 아이폰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앱의 수도 훨씬 많다. 또한 외부 파일을 넣고 빼는 것이 용이하고, 마지막으로 고장이 났을 때 AS센터가 애플보다는 삼성이 훨씬 많고 서비스받는 게 편하다. 이런 다양한 면을 고려했을 때, 개인적으로 느끼는 고객경험은 갤럭시가 더 나았다. 이런 이유로 몇 년 동안 항상 갤럭시만 써왔었다.



# 고객경험은 알겠는데... 다소 애매모호한 타겟층 구분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래서 어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고객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리 카페는 '편안한 장소를 제공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도 누가 이 카페를 편안한 장소로 생각하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많이 북적북적한 카페는 공부를 하려고 매장을 찾아온 학생에게는 매우 불편한 장소가 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조용히 있는 카페에서 동료들을 데려와 왁자지껄 떠드는 것 또한 매우 불편한 일이다. 이런 불편을 경험한 고객은 그곳을 다시 떠올릴 때 부정적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것은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다. 위처럼 상반된 상황은 어디서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때문에 고객이 헷갈려하지 않게끔 명확한 포지셔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다소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라면 인테리어를 단순하게 하고 차분한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좋다. 마케팅을 할 때에도 불필요한 고객에게 마케팅을 하여 비용을 늘리는 우를 피할 수 있다. 때문에 명확한 타기팅은 지금 같은 시대에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의 스타벅스가 한때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린 적이 있다. 급속도로 늘어난 매장과 제품 다양화로 언뜻 보기엔 잘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매출은 늘어났지만 그 행동은 기존 고객과 새 고객을 모두 소외시킨 결과로 나타났다. 직원에게 변화를 소화할 여지를 주지 않았고, 고객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 미흡했기 때문이다. 2008년 스타벅스 CEO 자리에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이렇게 강조했다.


스타벅스가 심각한 난관에 빠진 것은 우리가 자초한 결과입니다. (...) 고객 관계와 커피 경험을 향해 품었던 우리의 열정이 식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경험보다 효율성에 시간을 쏟았습니다.


더 높은 효율성과 매출을 향해 뛰던 스타벅스는 더 이상 스타벅스답지 않게 만들었다. 때문에 슐츠는 이것을 바로잡고자 하였고 특별 조치를 행했다. 바리스타에게 추출 기술을 재교육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 7,000 개가 넘는 매장의 문을 동시에 닫았으며, 이로인해 6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매출을 놓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일환을 대중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했으며, 고객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인식을 전달했다.


고객경험은 뚜렷한 경영철학에서 나온다. 무엇을 위해 서비스 할 것인가 라고 생각한다면 그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 반대로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라는 다소 모호한 철학은 이용자를 다소 혼란스럽게 만들고 고객충성도를 끌어내는데 방해한다. 




참고: <그로스 아이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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