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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ul 18. 2021

2021년 상반기 회고록

회고록을 쓴다는건 먼가 부끄러운 일이다. 저번에 쓸땐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며 썼는데 이번은 왠지 계속 미루게 되었는데 아마 아무것도 제대로 이뤄진게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룬것도 있지만 마음이 된것보다 안된것에 더 신경쓰이고 부끄러워 했다. 어찌됐든 부끄럽단 이유만으로 안쓸 순 없으니 하나씩 꺼내보기로 했다. 이번 회고록은 배움, 실패, 역경의 연속인거 같다.




올 상반기는 강도높은 활동을 하기위한 전초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올 초에 세운 목표중 가장 중요한게 바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훈련을 하는 것이었는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를 한번에 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스케쥴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고, 어떤 부분에는 결국 중도하차하는 일까지 생겼다. 이번 기회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그리고 시간배분과 여유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된거 같다.



# 내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누구나 저마다의 한계점은 존재한다. 그리고 무한정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투입해야 할 시간이 있어야 하며 이런 시간은 막상 닥쳐보지 않으면 제대로 갸늠되질 않는다. 대략적으로 알고 일정을 짜보지만 실상 뛰어보면 의외의 곳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하물며 비슷한 경험을 했더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부딪혀보면서 내가 잘한다고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것을 분류하고 그리고 전략을 짜는게 좀더 유연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접촉면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각각의 접촉면에는 공통점보다 다른점이 훨씬 많다. 동시에 5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5개의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는 의미다. 때로는 미팅이 될때도 있고 급한 건을 처리해줘야하는 일도 생기며 의사소통의 문제로 일정이 꼬이기도 한다. 그것은 나의 집중시간을 방해하거나 시간을 더욱 부족하게 느끼게 한다. 그래서 업무시간 내에도 수시로 무언가 날라오기도 했고, 정신없이 한바탕 휩쓸고 가곤 했다.


접촉면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변동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계획을 아무리 잘 세워두어도 다른일이 갑자기 생겨 시간을 통째로 삼키는 경우가 있다.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하나둘씩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러길 몇번, 마침내 반복되는 실패로 인한 학습된 무기력이 찾아왔다. 한때는 모든것을 잊고 잠들어 버린적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내게 허락된 최고의 장점은 스트레스를 쉽게 날린다는 점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회복탄력성이라고도 하는데, 한숨자고 나서 다음날 바로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잠을 잘 잤기 때문에 회복했다기 보단 자면서 잠시 모든걸 잊으면서 얽혀있던 실타래가 느슨해진 상태에서 후다닥 재배치 한 것이 옳은 표현인거 같다. 리셋된 머리로 다시금 일을 바리보고 다시금 계획을 짰다.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계획을 주기적으로 짜고 검토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감도 많고 할일도 많고 예전에 비해 나아지는건 별로 없어 보이지만 꾸준히 발전한다고 믿는다. 그것마저 없으면 이 과정에 대한 허탈함이 엄청날거란 생각이 든다. 큰 것을 바라진 않지만 분명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냥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게 설령 진짜든 아니든 말이다.


아마 올해까진 이렇게 지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시작하기로 했으니 끝을 보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직까지는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럴때 필요한건 '이게 되느냐 마느냐'라는 고민보다 '어떻게 해야하느냐'만이 필요하다. 다른 생각은 안하기로 했다.



# 두마리 토끼를 잡으라 하진 않지만 둘다 잡는게 능력이다


한계에 몰리게 되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문제점이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방해하는가? 등 어쩌면 연초에 생각한 한계로 몰아붙이기 라는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한계에 가보면 무엇이 나를 막고있는지 분석하지 않을수가 없다. 제대로 알고 있어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원인분석,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중에는 문제점이 파악되여 즉각 해결이 가능한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것은 잠시 묻어두고 강행해야 하는 것도 존재했다.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덮어둬야 할때의 기분은 영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덮어둬야만 하는 것은 대부분 구조적인 문제다.


전쟁으로 치자면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눈앞에 칼이 난무하는 자리에서 미래를 생각하는건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전세를 파악하는 것이 실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지금 전투가 끝나고 바로 무엇을 할지 남들보다 빠르게 결정 &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전투에서 사망하게 된다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겠지만, 반대로 전투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다음으로 나가지 못하고 패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둘 다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전히 이것에 대한 대답을 명확하게 내리진 못했지만 한가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 그리고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것',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선별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부탁하고 그것이 잘 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퇴근 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앞에 앉아있는건 상당한 곤욕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즉 내가 할 수 없는것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보단 할 수 있는것에 좀 더 집중하고 자기컨트롤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어떤 감정이 들어도 해야할 일을 할 수 있을때 해내는 것. 그러기 위해 다소 기계적이라 하더라도 해내는 것이 올해 하반기 내가 극복해야할 미션으로 정했다. 하나를 안정적으로 잡아놔야 다른 한마리도 잡을 기회가 생긴다. 이것도 해야되는데, 저것도 해야되는데 하며 방황하다간 둘다 놓친다.



# 요즘 내게 도움이 되는 책들


본래 책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책볼 시간도 제대로 생기지 않는게 현실이다. 출퇴근시간과 가끔 틈틈이 나는 시간, 혹은 일이 잘 안되는 시간에 책을 펼치려 노력하지만 안되는 일때문에 머릿속에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책 읽는 것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인데, 그럼에도 독서시간을 줄이면 안되겠다고 요즘 판단이 되었다. 고민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독서는 내가 앞으로 이겨야 할 것들을 이길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책은 임용한님의 전쟁사 서적들이다. 갑자기 왠 전쟁사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프로젝트들, 하루하루의 선택들이 전쟁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게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이기는 법, 구조를 갖추는 법, 명분이 아닌 실리를 챙기는 법, 우선순위를 살피는 법, 작은 나라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내 상황과 접목시키려 한다. 지침서, 활용서 같은 다양한 서적도 도움은 되지만 가장 힘든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힘든 과정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찾는데 전쟁사만큼 좋은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중이다. 전쟁사를 보면서 스스로를 정말 많이 돌아본거 같다.


두번째로 자주보는 분야는 자기계발서다. 본래 자기계발서를 틈틈히 읽어봤지만 요즘처럼 적극적으로 아니 좀더 광적으로 보는거 같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믿음이라든가 피드백 하는 방법, 일과 삶의 균형, 집중력과 몰입 등을 중심적으로 보면서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중이다. 때론 자기계발서를 보며 힐링(?)아닌 힐링을 하기도 한다. 알게모르게 위안을 받는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일이 많으니 쉬어야 겠다는 말보단 방법론이나 더 나아갈 수 있게 알려주는 사람이 좋다. 쉬어야 한다는 답은 이미 충분히 듣고 있다. 그러나 그건 내게 맞는 답은 아니다.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조언을 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내겐 책과 리더십 모임이었다.



# 리더십 모임


바쁜시기임에도 여전히 참가하는 2개의 모임이 있는데 둘다 독서모임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중이다. 예전 씽큐베이션에서 만난 분들과 독서모임,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분이 리더십 모임을 해서 참여중이다. 바쁘더라도 그 두개는 빠지지 않고 꼭 챙기는 편인데, 리더십 스터디는 단연 최고다. 팀장도 아닌 내가 왜 리더십이 필요한지 갸웃할지도 모르지만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처음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슬슬 나이도 그렇고 앞으로의 일들도 리딩역할을 하게 되겠구나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할 것이다. 누구든 위로 올라갈수록 집단을 리딩하기 때문이다. 간혹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 나는 아닐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팀플레이, 팀워크, 좋은 팀 만들기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었다. 문제는 당장 닥친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사례는 알아도 실제로 써먹을 순 없었다. 그러다 비슷한 기회가 오면 책에 대한 이론을 접목해보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모두 실패했다. 그리도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 리더십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리더십에 대한 개념을 듣게 되는데, 거기서 말하길 모든 리더십은 나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때는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구절이 더 있었다. '리더십은 바로 나를 이끌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나는 팀을 위해, 혹은 타인과의 협력을 위해 나를 보기보단 타인을 바라보는데 주력했었다. 그러나 리더십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타인과 융합하는 과정이다. 내가 어떻게 생긴지 모르는 톱니바퀴인데 다른 톱니바퀴를 낄 수 없는것처럼 말이다. 나는 내 인생을 이끌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리더십의 좋은 이야기들, 방법론을 적용해보기 가장 좋은 사람은 언젠가 있을 가상의 팀원이 아닌 바로 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터무니없는 관점으로 리더십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울러 나다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동안 브랜딩에 대해 잊으면서 잊고 있었던 '나다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끄는 대로, 내가 가장 편한 형태로 이끄는게 가장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다. 그게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말이다. 리더십은 그래서 나로부터 시작한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하반기 역시 할일이 많다. 아니 전반기보다 훨씬 많아졌다. 전반기에는 제대로 갸늠되지 않았기에 부릴 수 있었던 호기로움이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조금 불안하다. 그 마음을 가져서인지 조금이라도 더 해두려고 한다. 여전히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며 셀프피드백 하고 반성하고, 안되는것을 알아차린다. 또한 지켜지지 않지만 여전히 계획을 꾸준히 세우고 체크하고 정리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작성해 나갈 예정이다.


'내가 나에게 피드백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하는 행동을 자꾸 관찰하게 된다. 일전에는 자기전에 노트에다 그날 하루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써왔다면 요즘은 순간순간의 경험을 좀더 중요시 생각하기 위해 나도모르게 반복해서 읊조린다. 여전히 나는 더 변하고 싶다. 절실하게, 그리고 매일 말한다. 이번 변화는 희망이 아닌 생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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