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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ul 24. 2021

무료함을 극복하는데 내가 했던 것

할 일은 많은데 뭔가 조여있던 나사가 풀려 멍해지는 때가 있는데 어제 내가 그랬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기력하고, 막막한 그런 느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경험을 한 번쯤은 하는지 저마다의 극복 방법을 알려주었다. 회사에 연차를 내 휴가를 가라든가, 휴식을 취하라든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라는 등 저마다의 극복 경험과 방법을 공유했다. 그러나 이것들 중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아마 말한것들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아도 하는동안 찝찝함은 가시지 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의 책에서 인간은 희망을 가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살아갈 의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린 바 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은 강제수용소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내게 온 허탈감도 이것과 비슷할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내겐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단순히 그렇다고 할 순 없었다. 다만 잃은 게 하나 있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급한 것들이 썰물 빠지듯 빠지고 나니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라 생겼던 것이다.


그날은 집에 가서 바쁘단 핑계로 미뤄둔 것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해결했다. 1시간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한 것이 다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 8시가 넘었다. 평균 10시 즈음 잠자리에 가는 나로서 8시의 의미는 앞으로 2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표식이기도 했다. 그때가 되면 아쉬움이 밀려드는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인듯 하다. 하던 것을 마무리 한 뒤에 평소에 읽겠다 생각한 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날만큼은 해야 할 일들이 아닌 미룬 것들,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한 거 같다. 이것이 내게 휴식이라 한다면 휴식일까 싶었다. 


할 일을 하나씩 풀어내면서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경험은 그것대로 괜찮았다. 그리고 이것들이 언젠가 내가 다음일을 할 때 자양분이 될 것이란 걸 아니 기분이 한결 나았다. 흔히 충전하는 방식에 이야기되는 휴식이나 휴가, 넷플릭스 보다는 이런 것이 내게는 충전요소구나 라는걸 깨닫는다. 어쩌면 번아웃이 온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하지 못한 것을 해보는 경험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되는 건 아닐까 싶다. 


사실 이것의 핵심은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라는 1원칙이 붙어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그런 것이 무엇이 있나 하고 고민한 결과 미룬 것을 빨리 해소해보자 라는 생각에 미쳤다. 자기계발 서적에서 봐왔던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싶었다. 단기 목표, 간단한 목표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해냈을 때의 성취감과 보상에 에너지가 충전됨을 느낀다. 마치 게임을 보면 던전을 깨고 나오는 보상 아이템에 피로가 사라지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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