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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16. 2019

경쟁에 대한 단상

살아가면서 경쟁을 겪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내가 아는 한 없는 거 같다. 이것은 자본주의라는 사회적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라 생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인데 반해, 그 자원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자연스레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나눠줄 수 있는 빵이 10개밖에 없는데, 그 빵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자연스레 경쟁구도가 형성된다. 한두 번 양보할 수 있을지언정 그런 일이 계속 지속된다면 자연스레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생존과 연결될수록 더욱 치열해진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을 한다. 그리고 경쟁은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그래서인지 경쟁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그것을 자본주의와 엮여 통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경쟁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 위에서 우리는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은 생태계를 건강하게 해 준다. 오래된 곳일수록, 고인물이 클수록 부패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만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고 심할 경우 다른 사람들에겐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그들이 만들어둔 장벽 때문에 이용자는 계속 낡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 좋은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를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동네에서 가까운 시장에도 이런 카르텔이 있다. 시장에 가면 오랜 시간(약 30년 가까이)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집이 있다. 이 집의 순대와 떡볶이는 정말 맛이 없다. 오랫동안 안 팔려서인지 양념은 굳어있었고, 식었다 익히길 반복해서인지(가스값을 아끼기 위해 손님이 있을 때만 데운다) 떡이 딱딱했며, 튀김은 옷이 두꺼워 부피를 커 보이게 했으며 순대에서는 묘한 비린맛이 났다. 그러다 몇 년 전 근처에 떡볶이 집이 생겼는데 기존 가게가 새로 생긴 곳을 엄청나게 비난했다. 모종의 압박도 있었던 듯하다. 결국 그 가게는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양념이 굳고 딱딱한 떡볶이를 먹거나 아님 포기해야 했다.


그 가게는 주변에 경쟁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맛없는 음식을 팔아도 꾸준히 매출을 낼 수 있었다. '다른대서 먹음 되지 않나'라는 생각은 배달이나 맛집을 찾아가는데 익숙한 20~30대 감성이다. 거기를 오고 가는 10대나 40~50대는 그런 생각을 안 한다. 그들의 시장 경쟁력은 매우 떨어지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그들은 독점을 하고 있었고, 소비자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경쟁을 좋아한다.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경쟁은 피가 마르겠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이지 경쟁으로 인한 상처나 불편한 관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은 단순히 자본주의에 국한할 것이 아닌 인류 전체를 놓고 보는 생존의 밑바탕과 동일선상에 두어야 한다. 경쟁이 없다면 지금의 품질 좋은 제품들은 없어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분에 우리가 사회주의자들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기업가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분명하다.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또 보유하고 싶다면,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으로 회사를 차리지 마라' - <제로 투 원>


그가 말한 경쟁의 간단한 예로는 가격경쟁이다. 지나친 가격경쟁은 영업이익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유지하는것조차 버거워질 수 있다. 단순한 경쟁으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동네에는 피시방이 많은데 아마 밀집률이 전국 1,2위를 다툴 것이다. 동네 PC방은 대부분 가격이 똑같다. 그러다 보니 10년 가까이 가격이 그대로인 곳도 있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아직까지 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찌 보면 대단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해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것을 유지하는 게 과연 옳은 건가 싶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차별화를 통한 분리를 하지 못하면 사실상 내세울 수 있는 건 가격밖에 없다. 왜 수많은 자영업들이 가격경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가장 직관적이고 뚜렷한 차별화가 바로 가격이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도 가격이 비싸니까 손님이 안 온다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이 예상외로 적중률이 높아 '보이기'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격경쟁을 선택한다. 그러나 막상 열어보면 그게 아닐 수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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