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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17. 2019

글 쓰는데 힘 빼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글을 써야 하는데 한 글자도 못쓰고 노트북을 덮은 적이 적지 않다. 흰 바탕에 워드를 띄워둔다고 해서, 봤던 책에 쳐둔 밑줄을 본다고 해서 글감이 번쩍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글을 많이 보거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면 자연스레 글감이 떠오른다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그런 면에선 부족한 거 같다. 아님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보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고. 


글을 못쓰는 것이 지금 당장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아직까지 내가 얻은 혜택이라곤 몇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글을 통해 수익을 얻거나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해서인지 종종 글쓰기를 미룰 때가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가장 안 좋은 것은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지속된 실패 경험이 스스로를 낮추게 하고, 회피 성향을 드러내게 한다. 때론 두려움과 함께 싫어지거나 귀찮아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을 놓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힘 빼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너무 힘이 들어가면 근육이 놀라 근육통이 오듯, 글쓰기도 힘이 잔뜩 들어가면 한번 쓰고 나서의 쾌감이 있을지언정 다음 글 쓸 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적당히 좋은 글감이 떠올라도 더 좋은 글감이 있는지 찾느라 바쁘다. 찾는다고 해서 뾰족한 답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관습적으로 찾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훌쩍 지나버린 시간을 보고 나면 자책감이 들면서 글쓰기를 미룬다. 계속 미룬다.


복잡한 생각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든다. 복잡한 인생은 행동을 주저하게 한다.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을 떠올리고 겁도 많아진다. 불편한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불편한 생각에 스스로를 잡아먹히게 된다. 글쓰기가 불편해진 순간 그 불편함 때문에 글 쓸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좀 더 단순해 지기로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쉬워지기 때문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길이가 1m도 채 되지 않지만 세상 어느 거리보다 먼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출발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힘 빼는 연습을 하려는 것이다. 힘이 들어간다는 것은 잘 보이고 싶다는, 조회수를 올리고 싶다는 나의 욕구가 들어있다. 그 과정에서 타인을 의식하게 되고, 글을 선정하는데 자꾸 필터를 하게 된다. 안 그래도 생각의 풀이 작은데 그 와중에 필터를 하고 있다니 당연히 글감이 안 나올만하다. 어느 정도의 욕심은 내도 괜찮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아닌 듯싶었다. 그것은 마치 이제 막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오리발 끼고 상급자 코스를 향해가는 것과 같았다. 일단 기본을 충실히 익히고 글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정리해두는 습관이 있는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뭐든 때가 있는 법이다.


책을 보기 시작한 그 시절을 지금도 가끔 상기한다. 그때는 어떤 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냥 읽고 싶은 책을 마구잡이로 읽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때 역사나 경제, 혹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만 봐야 한다고 강박을 가졌더라면 나는 책 보는 습관을 들이는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니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 그 과정을 점프해버리면 밀린 부채처럼 한 번에 터진다. 효율성을 쫓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하나의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그저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게 더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수준에선 글을 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어야지 글에 많은 힘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뭐든 그렇듯 때가 되면 자연스레 그렇게 이동할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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