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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14. 2019

워라밸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워라밸.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땐 '야근 강국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냥저냥 듣고 넘겼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워라밸이란 단어는 더욱 높은 인기를 얻었고 브런치나 블로그, 그리고 직장 내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로 등극했다.


개인적으로 워라밸은 좋은 거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감흥이 없던 이유는 이미 워라밸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당연히 일이 제대로 끝나지 않았다면,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야근은 당연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나를 고용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일을 제대로 마무리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유쾌하진 않았지만. 가끔 회사에서 무리할 정도로 많은 요청이 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런 건 어느 정도 조율이 가능했고, 실제로 그런 상황은 대체로 윗사람이나 혹은 팀장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종종 내 딴에는 별거 아닌 일을 대단히 고마워하는 경우도 더러 봤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지만 노동자와 관련해서 간단하게 하나만 짚어내자면, 회사가 이윤을 내지 못하면 내 월급을 줄 수 없다. 경영진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회사가 휘청거릴 수 있고, 그것이 나의 노력과 무관할지라도 어쨌든 회사가 돈을 벌어야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돈을 벌지 못했다면 내게 지불액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 회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내가 그 과정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연관성은 꽤 중요하다.


회사가 원활하게 돈을 벌 수 있게끔 내 능력을 활용,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우투 워라밸>은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일터에서 당신은 정말 필요한 사람인가?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가? 혹시 위 질문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책을 덮고 일을 먼저 하기 바란다. 우리는 직장에서 ‘워크 work’의 역량은 부족하면서 ‘라이프 life’에만 치중하려는 사람을 흔히 ‘민폐’라고 부른다.


회사가 끝나면 직군과 관련된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에 자주 갔었다.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했고, 가장 만만했던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했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고 하지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회사일과 연관해 학습한걸 응용해보기도 하고 때론 회사일을 하기도 한다. 기술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런 곳은 머릿속이나 메모에 기록해두어 응용할 것을 알아보고 다음날 아침에 실험해보는 형태로 했다. 야근과 차이점이 있다면 회사에서 하느냐 장소를 옮겨서 하느냐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 덕에 어느 순간부터는 일을 '제시간'에 끝낼 수 있었다. 나중엔 '이대로 가면 야근하게 될 거 같은데'라는 부분은 윗사람이나 팀장에게 먼저 알렸고 빠른 결정을 요구했다. 야근이 잦은 원인으로 늦은 의사결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포함해 9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평균 3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태우거나 팀원과 잡담, 인터넷 쇼핑, SNS 등 하면서 시간을 많이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내 의지와 관계없이 길어지거나 의미 없는 회의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의 집중을 방해할 다양한 요소가 즐비해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부터 확실히 해나가는 것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 타인과의 잡담, 커피 탐, 담배 탐, 쇼핑 같은 건 줄일 수 있다. 이런 것부터 하나씩 개선해나가면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면 야근할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업무를 시간이 아닌 효율성으로 봐야 한다. 나는 시간당 얼마만큼의 효율로 일을 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연간 근로시간 OECD 3 위국(2017년 기준. 1위는 멕시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다. 2017년 시간당 노동생산성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17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집중해야 한다. 나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인지, 단순 노동과 시간 채우기로 보내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효율성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투자를 했다는 의미다. 누군가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 경력이 쌓이고 실력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은 어느 정도 있지만 회사는 나의 자원을 활용하고 싶어 하지 나에게 공부하라고 지원해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것까지 해준다면 그 회사는 정말 좋은 회사다. 그러나 우리가 1000원짜리 물건을 구매할 때, 더 좋은 제품을 만들라고 웃돈 주고 2000원에 구매하지 않는 것처럼 회사가 개인에게 그렇게 할 의무도 기다려줄 여유도 없다. 회사를 다니는 것만으로 본인의 역량이 좋아진다고 믿는 것은 그렇게 믿고 싶은 거짓에 가깝다.


워라밸을 위해선 본인이 제시간에 끝낼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 상황이 나를 그렇게 하지 못하게 몰아간다면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캐치하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 및 어필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본인의 일이 점점 편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워라밸을 진정 원한다면 개선할 점을 찾고 하나씩 고쳐기 시작하면 나도모르게 점점 워라밸에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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