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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11. 2019

진작 ebook 쓸 걸

최근에 ebook리더기를 구매했다. 딱히 종이책을 고수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몇 년간 종이책으로 본 이유는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책을 구매할 일이 많아졌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둘 곳이 없어 여기저기 쌓아놓게 되었다. 이제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마구 쌓아놓은 책이 종종 보기 싫은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ebook리더기를 며칠 고민하다가 구매하게 되었다.


ebook을 이용하면 종이책 감성이 없어 아쉬울 줄 알았다. 종이책 감성이라 함은 종이가 넘어갈 때의 소리, 피부에 닿는 감촉 등을 말한다. 항상 종이책을 사용했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감성이 당연한 거라 생각했고 좋은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ebook리더기를 구매하고 나서부터는 종이책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첫 번째로 무게였다. 페이지가 많을수록, 그리고 유형에 따라 두께나 무게가 달라졌다. 그런 것에 비해 리더기는 매우 가벼웠다. 그리고 애매하게 남았을 때 책을 가지고 나갈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 사라졌다. 또한 질릴까 봐 한 권 더 가져가면서 내 가방 무게를 더했던 짓을 그만할 수 있었다. 몇 권을 넣던 상관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조명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어느 카페에선 분위기 연출을 위해 전체적으로 어둡게 잡고 조명을 강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 자리는 불빛이 바로 쐬여 종이에 반사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은 무의식으로 불편하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봐야지 라는 마음에 애써 묵살했던 감정들이다. 그런데 ebook을 이용하면서 이런 것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도드라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저녁에 산책로를 걸으면서 책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처럼 날이 어두워지면 종이책은 엄두도 못 내지만 ebook은 가능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투리 시간에 책을 볼 시간이 늘어났다. 이동할 땐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ebook리더기를 꺼내고 다닌다.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어 스마트폰 켜듯 ebook리더기를 켤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성은 더 자주, 그리고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덕분에 스마트폰 사용량은 줄었다. 꺼내기 불편해서 대충 스마트폰을 보던 습관이 책을 읽는 습관으로 조금씩 대체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종이책을 놓진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은 대부분 종이책이고, 최근에도 한 권 읽고 있다. 다만 책이 두꺼워 가지고 다니기 부담돼 카페를 이용할 때 가져가곤 하는데, 그래서 2주째 보고 있는 중이다. ebook리더기로 봤다면 진작 다 봤을 책이다. 책을 빨리 읽는 게 좋은 거라 할 순 없지만, 사실 흥미가 가서 한 번에 읽고 싶었던 책인데 워낙 무거워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


소비를 한다는 것은 나의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을 허락하는 의미기도 하다. 한동안 종이책을 고수했던 이유는 내 패턴을 깨고 싶지 않았던 일련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집으로 인해 정작 나에게 도움이 될 행동에 등한시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여행도 이런 이유 때문에 가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하기 위해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평소 리듬을 끊고 싶지 않아 관성적으로 가기 귀찮아하는 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에 고민하고 있는 여행의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는 나의 남아돌지만 이월되지 않을 연차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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