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연락이 온 동생이 있다. 이번에 결혼한다고 아주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함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지 훌쩍 시간이 지났지만 간간히 연락을 했고, 종종 회사에서 읽기 싫은 책을 사준다고 나에게 보내주던 동생이다. 책을 보면 내가 떠오른다나.
결혼한다고 갑자기 연락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당했는지,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다소 불편했는지, 나에게 연락을 하며 했던 첫마디를 결혼한다고 연락해서 미안해하며 시작했다. 결혼을 축하받아야 마땅할 사람이 결혼을 이유로 연락한 것을 미안해하는 동생과 그 정도로 관계가 서먹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느끼는 동생에게 감 놔라 배내 놔라 하진 않았다. 스스로 그리 느낀다면 그런 거일 테니까. 그리고 흔쾌히 만날 약속을 잡았다. 동생은 미안함이 가시질 않는지 계속 같은 반응이었지만.
몇 년 전에 거의 10년 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었는데 얼마 안 가 결혼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만난 당시에는 애인이 없었으니 확실히 결혼을 목적으로 연락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식을 반드시 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 그런 애매한 상황이었다. 결론은? 결혼식에 갔다. '당연히 친구의 결혼식인데 가야지'라는 마음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를 기억해준 친구'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친구 중에 술자리에서 대뜸 지인에게 전화를 거는 친구가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난다고'. 처음에는 술자리 분위기를 해친다고 싫어했지만 단 둘이서 마실 때는 말리지 않는다. 사실 그 친구가 내 눈엔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술먹다가도, 이야기를 하다가도 생각나면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한다. 그런 친구가 신기해 어떻게 전화기에 손이 가냐고 물어보니 '궁금하잖아'라는 말로 가볍게 퉁친다. 최근에 집으로 가는 길에 나의 고민을 누군가와 이야기하면 좋겠다 생각해 스마트폰을 켜고 연락처를 열었다. 수많은 연락처가 눈에 들어왔고, 그중엔 문득 안부가 궁금한 사람도 있었지만 잠시 시선이 머물다 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타인에게 연락하는 것이 참 인색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연락을 할 줄 모르는 나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안다. 생각난다고 전화기를 들어 통화버튼을 누르는 것은 내게 많은 용기가 요구한다. 그래서 친구를 대단하게 본다. 아, 물론 내가 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대단하게 여기는 것도 한몫하긴 했지만.
종종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받는다. 그중엔 가끔씩 연락이 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된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나는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진 알 수 없지만, 내 일하기 바쁘고 즐겁게 놀기 바쁜 와중에 그 잠깐의 짬을 내어 자신의 소중함을 나에게 쓰는 그들이 감사했다. 그들은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