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 걸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내가 버는 수익만큼 가치를 우선 판단할 수 있을거 같다. 그러나 나의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는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정가제가 아닌 협상을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주는 연봉이 작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이 나의 능력이라서 라기보다는 자기PR을 못해서거나 회사에서 주는 연봉테이블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본인의 능력을 어필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실패한다. 정해진 것이 있기 때문이란 이유로 말이다.
'주는 만큼 일한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말이다. 마치 나의 가치가 주는 돈에 따라 정해져 있는 느낌이며, 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 정도까지 일하는걸 늘 목표로 삼는다. 때로는 과해서 일을 훨씬 많이해야 하는 상황도 오지만 끝마쳤을 때의 성취감을 알기 때문에 버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렇게 한다고 해서 직장에서 알아서 연봉을 더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머 그리 열심히 하냐 라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적어도 자기만족이 된다는 점에서 좋았고, 자기계발이 된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래서 보다 실력을 갈고닦게 된다면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그런데 이런것들도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깎이거나 희미해지는거 같다. 웃기게도 이것을 알아차린 것은 내가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근거있는 자신감을 소개한 유튜브의 영상을 보면서 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었다. 근본적인 습관이 변하지 않았기에 잊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점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었다. 왜 이런현상이 일어난 걸까?
단체는 특이한 사람을 진정시킨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기본 에티켓이라 생각하기 때문인거 같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장점을 강화시키는게 좋을까 단점을 보완하는게 좋을까?. 개인적 추측으로는 연령대별로 답을 달리 할거 같다.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사람에게는 단점을 보완하는게 좋을거라고 이야기할거 같고, 도전과 열정의 아이콘인 청년들에게는 장점을 강화하는게 좋을거 같다고 말할거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신빙성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본 내 무의식의 경험이 그리 말하고 있으니 대충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점을 가졌다는 것은 어느 특출난 하나가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좋게 비춰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꼴사납게 보여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전체를 조율하는 입장에서 어디에 집중할까?. 경험적으로 봤을때 전체를 위해 개성을 조금씩 죽이는 방법을 택한다. 일의 효율보다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고 생각해서 나온 조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을 애써 진정시키고 끼워맞춘다.
어찌보면 기업의 인사제도가 원인일 수도 있다. 대다수의 직장은 내가 원하는 팀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일방적인 전달로 발령된다. 또는 관련업무의 팀 수가 적어서 무조건 그 그룹에 속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인사이동 전엔 개인과 상담하면서 조율하려는 시도는 있으나, 이 단계에서도 각 팀에 대한 장단점과 문화적 특색을 이야기해주거나 각 팀장과의 면담을 주선하여 미리 알아보게 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팀이 마치 로또처럼 복불복으로 걸린다. 운이 좋게 나와 맞는 팀이라면 다행겠지만, 나의 개성과 맞지 않은 팀이면 주눅들을 수 밖에 없다. 팀이 가진 문화에 자연스레 스스로 맞추게 된다. 혹은 그만두거나.
내가 특이한가 생각이 들때가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가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런걸 말로 직접 듣든 분위기를 캐치하든 알아차리게 되면 점점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동기는 어땠을지 몰라도 행동은 자발적으로 그렇게 행동한다.
평범함, 그것은 곧 개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평범함은 보편성을 가진다. 그러나 수많은 글쓰기나 크리에이터들이 개성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가. 물론 회사생활이 크리에이터와 닮을 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론 색깔을 잃어버린 개인이 회사에서 과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두가 한 방향을 외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 의심하고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러나 문화적 동기화로 목소리를 내는게 힘이 든다. 그래서 적당히 말을하고 적당히 넘기는 스킬을 습득하게 된다. 그런 과정들이 모두 '스스로를 끼워맞추는 사고방식'을 갖게 만든다. 나의 가치를 생각하기 보다 전체가 생각하는 가치속에 그것을 억지로 일체화 시키고 스스로를 죽인다.
회사생활에서 하는 대다수의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때문에 타인과의 조율은 어느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이유로 모두를 평범하게 만든다면 그 회사는 과연 비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다양성이 요구되는 사회, 그래서 다방면으로 포용할 줄 아는 회사,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회사가 건강하고 오래간다. 적지 않은 회사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
'빨리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가라'는 명언이 있다. 함께가기 위해 조직에 합류해야 하는줄 알았다. 개성을 좀 죽이고 나를 끼워맞추면 될 줄 알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개성도 잃고 함께 하지도 않는다. 이럴바엔 하나라도 뚜렷이 했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개성있게 꾸준히 밀어붙였다면 내가 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함께하자고 하는 사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렇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너무 평범하면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다. 어떤 개성이 있고 정체성이 있어야 사람들이 불러주고 찾는다. 그런 과정에서 개인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더 나은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주변의 눈치를 그만봐야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