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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26. 2019

꼰대가 될까 봐 말하지 못했다

아직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 그래서 그럴 때엔 그냥 입을 다문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처럼 그리고 괜히 어색한 관계가 될까 봐 그냥 다문다. 어쩌면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어렵지 않다. 일은 잘하고 못하고 가 나름 명확하게 보이고, 때문에 명확한 이유로 핵심을 짚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도에 대한 것은 다소 애매하다. 가령 이런 일이 있었다. 최근에 들어온 신입이 있는데 이 친구가 사무실에 들어설 때 인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 어디에도 인사를 하라고 내려오는 지침이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거슬리고 버릇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다른 부분에서 걱정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인사를 하는 것이다. 좋은 인상은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하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긍정적인 면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잘해야 평타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아무런 감정도 쌓이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습관으로 본인의 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너무 쉽게 날리는 거 아닌가 하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 말을 그 친구에게 해주기까진 꽤 오랜 시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꼰대처럼 행동해서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좋게 이야기를 했다.(좋게라는 게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엔 다른 사건이 있었다. 팀에서 같이 보기 위해 등록한 인강이 있다. 신입이 보면 좋을만한 영상도 몇 개 더 구매해 둔 상태였다. 그래서 1~2달 전에 사이트 계정 정보를 전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메신저로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XX님 사이트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셔서... 못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것을 보았을 때는 당황했다. 분명히 내가 전달한 것이 기억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신저 내용을 검색해봤더니 역시나 있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링크 걸어 보여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말투를 잡아주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당혹감보다는 타인에게 저런 식으로 이야기할까 봐여서 였다.


문장 자체로만 보면 문제가 없지만 저 문장에는 명백히 그것을 보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 '너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었다'라는 핑계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너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서 좋아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런 식의 대화를 유도하는 것은 타인의 협조는커녕 반감을 갖게 하고 부정적 감정을 들게 만든다.


두 번째로는 '못 보고 있었다는 말'의 의미다. 이것은 나는 이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말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2가지 반박문을 들게 한다. 첫 번째로는 처음 알려주었을 때 왜 기록 또는 자동 로그인을 해두지 않았냐는 점, 두 번째로는 정말로 관심이 있었는데 '못 보고 있었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왜 물어보지 않았냐 하는 것이다. 즉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생겼으면서 '못 보고 있었다'라는 표현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제가 이전에 받은 것을 기록하지 않아 잃어버린 거 같습니다. 다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다면 흔쾌히 알려주었을 것이다. 아직은 신입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어리다는 이유로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래 봤으니까'라는 마음으로 넘어가지만, 과연 타인이 저런 말투를 본다면 그렇게 넘어가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역시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이다. - 위키백과 중


내가 적은 예시는 비슷한 경험을 통해 얻은 나의 노하우다. 하지만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꼰대 짓이 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일적인 것이 아닌 태도와 말투에 대한 문제이기에, 지침서가 따로 없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는 게 머뭇거려진다. 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으면 그 신입은 이런 것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평생 배울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만히 앉아 함구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스스로 자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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