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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Oct 28. 2019

아직 월급이 있을 때 해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선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지 새삼 깨닫는 중이다. 이번에 어떤 상품을 고려하는 중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구매할지 말지를 일주일째 고민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고민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던 거 같다. 노트북을 살 때도, 여행을 갈 때도 내 머릿속엔 비용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항상 가중치가 높은 편이었다. 몇 년 전에 일본 여행을 간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기적 같은 결정과 행동이 아니었을까 가끔 생각한다.


소비의 즐거움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비는 현대사회에 새로운 가치 창출이 될 수단이 된다는 것도 이해한다. 유튜브를 보면 상품 리뷰하는 제법 많고, 전문가 뺨칠 정도의 엄청난 내공을 가진 리뷰도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토플러가 말한 프로슈머(생산과 소비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의 등장처럼 소비라는 것은 또 하나의 투자수단이 되었다.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는, 1년에 2~3번을 가는 배터랑이다. 지출이 부담되지 않냐고 물어보니 굉장히 저렴하게 다녀오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을 잘 다니는 이미지 덕분인지 주변에서도 여행 스케줄이나 항공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분은 여행을 소비의 일종으로 했지만 배터랑이 된 지금은 생산의 역할도 해내고 있는 샘이다.


그에 반해 나는 소비에 매우 인색하다. 왜 인색한가 스스로에게 돌아보면 한 가지로 콕 집히진 않지만 우선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상품을 살 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특히 장단점이 애매하거나 기회비용이 클수록 더욱 심하다. 그러다 우연히 하나 사서 잘되면 굉장히 좋아하고, 잘 안되면 그것대로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마 이런 성격 때문에 애초에 소비는 스트레스 덩어리야 라면서 기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전에 지나친 구두쇠적 행동에 대해 반성했음에도 이런 성격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소비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에 대해 인색하고 잘하지 못한다. 잘하지 못하니까 더 안 한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도구가 나의 생활과 습관에 이어 미래까지 연결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여전히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구나 싶었다.


친구 중에 결단력이 좋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한다/안 한다를 명확히 한다. 그 친구 역시 다양한 것을 고려하긴 하지만, 끝에는 항상 명확하게 하나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흔들림 없이 그다음을 생각한다. 반대로 나는 선택을 못해 갈팡질팡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관련된 고민 하며 보낸다. 혹시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 실패하면 어쩌지? 와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면서 말이다. 누가 더 생산성이 좋을까? 당연히 전자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냐 마느냐 관계없이 전자가 옳은 선택이다. 옳고 그름은 이후 판단하는 요소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내게는 그 부분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고, 친구는 옳고 그름을 떠나 해야 하는 건 해야지 라는 성격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대부분 미래를 기반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어떤 선택들은 번복이 불가능하고 때론 미래를 크게 바꾼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진정 중요한 것은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 아니라, 그래서 다음 단계는 어떻게 할 건데? 가 좀 더 생산적이지 않나 싶다. 아직 월급이라는 것이 있을 때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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