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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Nov 29. 2019

우리의 삶이 여행과 닮은 이유

여행이란 단어만 들어도 설렌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기대감과 반복적인 일상에서 오는 권태로움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왜 반복적인 일상을 그토록 버티기 힘들어할까. 한 심리학자가 말하길 지금 힘들어도 미래에 희망적이라면 긍정적으로 살 수 있지만 미래가 부정적이라면 현재를 버티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심하게는 자살까지도 하고. 일탈에서 주는 무료한 일상에서의 탈피는 흥미로움을 넘어 살아가는 원동력을 제공하기에 우리는 여행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정해진 삶이란 없다. 해야 하는 일이나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라 하더라도 실상은 그대로 벌어지는 경우가 매우 희박하다. 때론 정반대가 일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삶은 예측할 수 없어 그 자체가 여행과 닮았다. 그러나 일상은 지속적이고 지난한 것으로 인식되는데 반해 여행은 이벤트적이고 특수한 것으로 인식된다.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여행지에서 느끼는 낯섦과 비슷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같은 일을 하고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고, 어제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모든 생활이 오늘도, 내일도, 한 달 뒤에도 반복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어제와 같은 미래도 마찬가지다. 지난 월요일에 먹은 김치찌개가 어제 먹은 김치찌개와 같지 않다. 설령 맛이 같다 하더라도 그날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된 행동이나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같다고 믿어버리게 되고 특별한 경험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느 여행자가 벽돌을 나르는 일꾼에게 '무엇을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한 일꾼은 먹고살기 위해 벽돌을 나른다고 대답한다. 뒤따라오는 일꾼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건물을 짓기 위해 벽돌을 나른다고 대답한다. 다시 뒤따라오는 일꾼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그는 신이 머물 곳을 짓는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에 답한 사람은 벽이 올라가고 건물이 차츰 완성되어 갈수록 더 많은 뿌듯함과 낯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벽돌 나르기에만 집중하는 사람에겐 건물이 얼마큼 세워지든 똑같은 나날일 것이다.


음식 주문에서 실패를 줄이고 싶다면 모든 분류의 가장 위에서부터 고르면 되고, 재료로는 닭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겉에 뭐가 발라져 있든, 무엇에 재웠든, 속에는 우리가 아는 그 닭고기가 있다. 그러나 자기 여행을 소재로 뭔가를 쓰고 싶다면 밑에서부터 주문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때론 동행 중에서 따라 시키는 사람이 생기고, 그 인상적인 실패 경험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걸 글로 쓸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 <여행의 이유>

    

제육볶음을 아주 맛있게 잘하는 집을 알고 있지만 새로 생긴 집이나 다른 동네의 가게를 들른다. 먹다 보면 내 입맛을 점점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맛있으면 실패하지 않았다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것이고, 맞지 않는다면 제공된 음식의 조리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은 수많은 도전을 해보고 그리고 실패해 보는 것이다. 항상 정답만 따라가면 다양한 경험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제육볶음을 먹었다면 그것이 왜 최고인지 말할 수가 없다. 다른 제육볶음이 어떤 맛이었는지, 식감은 어땠고 양념은 얼마큼 묻어있으며 매운맛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패는 이전에 몰랐던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나의 정체성을 깨닫게 한다. 여행이 좋은 이유가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면 실패는 여행과 가장 닮아있다.


우리는 모두 정해진 일정이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안전하게 귀환하기를 원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그야말로 ‘뜻밖’이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걸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각성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마치 아이들이 세상을 배울 때 성공과 실패를 배우기보단 적응하는데 주력하는 것처럼, 여행뿐 아니라 일상에도 성공과 실패, 신선함과 지루함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다양한 것을 경험해본다라는 관점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마치 낯선 여행지에 도착해 살펴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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