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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레야맘 Jun 07. 2023

푹신한 위로

모든 사람에게 황금 동전이 될 수는 없다


No soy monedita de oro para caerbien a todos.



직역하면 모든 사람에게 황금 동전이 될 수는 없다. 즉,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뜻의 스페인어 표현이다.



오늘 스페인어 수업 때 (난 요즘 9년 만에 다시 스페인어를 배운다) 이 표현을 배우며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바로 이 말을 쓸 상황이 생길 줄이야.



학교에 데리러 갔더니 아이가 커다란 인형을 가지고 차에 탔다. 친구가 빌려준 인형이라고 했다.




"에밀리아나는 천사야. 새 인형인데 내가 우니까 안고 있으라고 줬어. 오늘 슬픈 일이 있었거든."



친구가 빌려줬다는 인형 하나에 기분이 좋은 아이는 자기가 울었던 일도 마냥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오늘의 사연'을 들어보니 아이 반에는 유독 딸아이에게만 심술을 부리는 아이가 있는데, 또 그 아이와의 문제였다. 아이들이 뭔가 하며 같이 놀려고 하는데 "You'e not part of the team!"이라 소리를 지르며 딸아이한테만 가라고 했다는 거다. 아이는 서러움에 눈물이 났고, 아이가 울자 다른 아이들이 달래줬고, 결국은 소리 지른 아이도 사과하며 같이 놀자고 했다는 이야기.



마무리는 잘 됐다지만 그래도 속상하다.


그래, 어디나 친구 따돌리려 하고 심술부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 전에 포르투갈에서 다녔던 학교에도 새로 온 아이들한테만 못되게 굴고 밀치고 때리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다른 엄마는 그 문제로 선생님과 대면 상담을 했고 나도 몇 번 메시지를 썼었다. 지금은 그 정도 상황은 아니지만 유독 딸아이만 따돌리려고 한단 얘기를 몇 번째 들으니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집에 돌아와 씻으며 양치질하는 아이에게 양치컵을 내밀며 말한다.


"엄마가 너한테 이 컵을 줬어. 이걸 네가 받으면 누구 거야? 네 거지. 그런데 네가 안 받으면 누구 거야? 엄마거지? 엄마한테 다시 돌아오는 거야. 친구가 너한테 못된 말 하고 소리 질렀어. 근데 네가 못 들은 척하고 무시하면 그 나쁜 말은 어디로 가겠어? 다시 친구한테 돌아가는 거야. 누군가 나쁜 말 하는 건네 귀에 담지 말고 무시해야 돼. 그리고 너와 맞지 않는 아이와는 꼭 친구가 되지 않아도 돼. 다행히 너한테는 다른 좋은 친구들이 있잖아."



걱정되는 마음에 한참을 이야기한다. 아이는 밝은 표정으로 "맞아. 에밀리아나는 나한테 인형도 빌려줬잖아."그런다.



다행이다. 친구가 건넨 '폭신한 위로' 덕분에 오늘의 상처는 생기자마자 아문 것 같다. 아이가 좋은 친구에게는 금화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되며, 스퀴시멜로우 인형처럼 포근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자라길 오늘도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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