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세요. 마더스 데이를 맞아 엄마가 쉬는 동안 엄마를 대신해 줄 사람들을 찾았어요."
지난주 일요일은 마더스 데이였다. 아이 학교 엄마들 단톡방에서 마더스 데이를 자축하는 메시지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올라온 이 이미지 하나. 그땐 슬쩍 보고 웃고 넘겼는데 오늘따라 이 그림이 계속 생각났다.
아침에 아이 눈에 다래끼가 나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며 찜질을 시켜줄 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을 할 때, 아이를 태우고 돌아오는 하굣길에, 집에 온 아이 공부를 봐주고 같이 놀아줄 때, 그리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며.. 내가 진짜 저 그림에서처럼 많은 역할을 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밖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전업주부인데 이 정도도 못하고 매일 힘들다고 징징대는 내가 나약한 것 같아 그저 한심했다. 나는 엄마도, 주부도 적성에 안 맞는구나 싶어 좌절하는 날도 많았다.
이제 보니 애초에 저 많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동안 요리를 못해서, 집안 살림을 잘 못해서 스트레스받고, 아이가 아프면 내 탓 같아 미안하단 말을 수십 번하고, 내 기분이 안 좋아 아이마저 기운이 없는 날엔 또 얼마나 죄책감을 많이 느꼈던가.
이제 좀 나에게 너그러워져야겠다.
오늘 저녁으로 준비한 요리를 망쳤다. 물론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일로 좌절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한 끼 맛없게 먹을 수도 있는 거고, 정 안되면 라면을 먹을 수도 있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