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새벽 4시 18분. 예언의 시간은 웅성웅성 다가왔고, 소리 없이 지나갔다.
잠시 귀국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고, 귀국하지 않은 사람들도 나름의 크기로 예언을 두려워했다.
어떤 이는 1.5리터 물 세병으로 예언에 대비했고, 어떤 이는 비상식량과 보조배터리, 현금 등을 챙긴 가방을 현관에 놓아둔 채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었다.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한 달간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식량과 구급상자, 손전등, 헬멧, 휴대용 변기 등을 넣은 비상가방을 상시 구비해 둔다고 한다.
작은 지진까지 합치면 거의 매일 지진이 발생한다는 일본에서, 지진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진에 대한 경험이 부재한 사람들에게 지진은 때로는 물 세병만큼의 불안일 뿐이고, 먼 나라의 '사건'일뿐이다.
2010년 개봉된 영화 '대지진'은 1976년 중국의 탕산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을 배경으로 한다. 규모 7.8 크기의 '탕산 대지진'은 23초간 2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도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다. 당시 지진의 파괴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400개에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주인공 '리위안나'는 어느 날 새벽 갑작스럽게 발생한 지진으로 남편을 잃고, 일곱 살 난 쌍둥이 남매는 건물의 잔해에 깔린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구조대가 도착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 만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선택이 주저되면 둘 다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리위안나는 아들을 살리기로 결정한다.
선택에서 빗겨나간 딸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지만, 고아로 여겨지며 새로운 가정에 입양된다. 그 선택 이후 리위안나도, 구조된 아들도, 살아남은 딸도 고통과 원망의 무게 속에서 삶을 살아낸다.
지진은 23초 동안 탕산을 흔들고 사라졌지만, 수십만 명의 '리위안나'에게 여진은 계속되었고, 지진은 언제나 현재였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ftershock(여진)'이고, 원작소설은 장링의 '여진(余震)' 이다.
영화를 소개한 중국인 K상은 예고편을 보여주며 본편은 보지 말라고 말한다.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사건'이라는 무기체는 누군가의 '삶'으로 조명되는 순간 구체적이고 또렷한 형태로 우리 안에서 살아났다. 그리고 우리의 현재도 미세하게 넓어졌다.
일본의 7월은 소란하고 뜨겁게 시작되었다. 지진에 대한 소란은 20일 참의원 선거 유세의 열기로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지난 8일 자민당 소속 참위원 예산위원장 쓰루호 요스케(鶴保庸介)의 발언이 일본 열도를 분노로 흔들었다.
그는 자민당 지원 유세 현장에서, 지역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두 지역 거주*'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운이 좋게도 노토반도에서 지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노토반도 지진은 지난해 1월 1일 일본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6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노토반도 지진이 발생하여 이재민이 긴급 피난지인 가나자와에 거주하면서도 본 거주지인 와지마 주민표를 발급받아 양쪽의 행정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였는데, ‘운 좋게’ 지진이 발생하여 '두 지역 거주'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맥락의 발언이었다.
그에게는 가족과 집과 일터를 잃고 여전히 강한 여진 속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형체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오직 자신의 삶만이 구체성을 띠는 사람의 세상은 물 세병만큼의 무게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두 지역 거주' 정책 :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동시에 농어촌 등에도 생활거점을 두는 것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정책이다. 현재는 양쪽 지역에서 주민표(주민등록 개념)를 발급받는 것은 인정되지 않고 있으나, 이중주민표 발급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