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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일 Sep 06. 2018

비 오기 전날, 일하는 개미들을 보았다

개미는 어떻게 비가 오는 걸 알까?

땡. 땡. 땡.


비상! 비상! 비상!


내일 오전 7시 개미굴 인근 도로에 침수 예상!


전원 소집 바람!



일개미들이 굴 밖으로 쏟아진다. 이 날 개미들 중에 비상경보를 알린 개미는 없었다. 개미들에게 비상경보를 알린 것은 사실 개미들 자신이다. 



개미들은 습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었다. 비가 오기 전 대기는 습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지표면에 습기가 증발하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 대지는 금세 축축한 기운이 감돌게 된다. 개미는 몸에 저기압을 느끼는 기관은 없지만, 흙에서 느껴지는 강한 습기에 반응하여 곧 다가올 비에 대비하는 것이다. 흙과 모래를 좀 더 쌓아올려 개미굴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개미 애벌레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굴 밖에 나와서 협동을 하려면 다른 개미들과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이다. 이것은 개미의 다양한 몸의 기관에서 뿜어져 나온다. 꼬리, 가슴판, 뒤쪽 목관절에 있는 분비샘이 바로 페로몬이 나오는 곳이다. 여기에 정보를 저장하면 다른 개미들이 더듬이로 더듬더듬하면서 알아듣는다. 



동영상은 내가 직접 찍은 장면인데, 애벌레 한 마리를 둘러싸고 개미들이 실시간으로 육회를 뜨고 있다. 애벌레는 매우 아플 것 같다. 하지만 벌레는 고등 동물처럼 신경계가 발달하지 않아서 고통을 느낄 수 없다. 애벌레에겐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수백 마리의 개미가 여기저기 쑤셔대니 정신은 없을 것 같다. 저것 봐! 저것 봐! 마치 맡겨놓은 물건 찾아가듯이 덤덤히 고기를 나르는 개미들 좀 봐! 감정이 없는 기계 같지 않은가?  



쉼 없이 움직이는 개미들을 보면 사람들은 개미를 성실의 표본으로 여긴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우화도 그런 관점에서 만들어졌는데, 사실 개미 세계에서 모든 개미가 항상 일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하는 개미는 전체 무리에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노동력은 쉬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백수는 아니다. 나머지 노동력은 항시 대기 상태로, 잘 숙련된 노동자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다. 



나머지 개미들은 상시 대기 상태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 갑자기 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거나(예를 들면, 자전거나 사람이 개미 무리를 밟고 지나간다든지), 다른 개미들과 전쟁이 일어나거나, 천재지변으로 많은 개미가 노동 불능의 상태에 빠지면 다른 개미가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개미는 지구상에서 생존과 번식에 성공하여 생물종 치고는 최고의 개체 수를 가진 존재로 우뚝 섰다. 개미들은 사막에서도  살고 지진과 태풍과 허리케인이 휘몰아치는 곳에도 살아남는다. 



오늘도 살아남아,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비상!


비상!


비상!


한 쌍의 더듬이로 페로몬 냄새를 맡으며 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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