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Jan 31. 2019

Love is over - 조장혁

내맘대로 노래 듣기

나는 음악에 문외한이다. 애호가도 아니다. 고정으로 결제하는 음원 플랫폼이 하나도 없을 만큼 음악과는 동떨어진 삶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가끔 음악이 제 발로 찾아오곤 한다. 꼭 우산 없는 날의 비처럼 그렇게 내린다. 그러면 속수무책으로 젖는다. 그렇게 나를 찾아온 음악들은, 뭐랄까, '나'라는 견고한 자각을 흐리며 하나하나의 음과 가사들이 모여 피부 아래를 물처럼 혈액처럼 흘러가는 듯한 그 농밀한 감각 하나만을 남긴다. 음악을 굳이 찾아 듣지 않는 내가 한동안 그 음악만을 듣고, 세월이 지나도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 감각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Love is over]도 그런 노래들 중 하나다.


[Love is over]는 조장혁의 6집 앨범에 수록된 리메이크 곡이다. 일본 드라마 [북쪽의 나라에서]에 삽입된 모리 신이치가 부른 동명의 곡이 원곡이다. 두 곡의 가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별을 고하는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야만 하는 이의 아픈 독백.


Love is over. 내가 곁에 없더라도
울지 말고 전처럼 웃으면서 지내요
Love is over.. 슬플 때나 아플 때도
혼자 지내지 말고 친구라도 불러요

Love is over.. 사랑했던 기억들도
좋은 건 다 지우고 나쁜 것만 남겨요
Love is over.. 내가 생각나더라도
미안하지 않도록 맘 아프지 않도록

헤어지는 순간도 미워할 수 없나 봐
나 없이도 잘 지낼지 그대 걱정뿐이죠
길고 멀고 먼 외로움에 힘이 들까 봐

Love is over. 나보다 괜찮은 사람
다시 만날 거예요 좋은 사람이니까
Love is over.. 누굴 만나더라도
한 몸에 모든 사랑받을 그대니까요

헤어지는 순간도 미워할 수 없나 봐
나 없이도 잘 지낼지 그대 걱정뿐이죠
길고 멀고 먼 외로움에 힘이 들까 봐

Love is over.. 후회는 없죠
그대 먼저 떠나도 사랑했을 나니까
Love is over...
돌아보지 말아요... Love is over


애절한 가사가 조장혁의 거칠지만 절제된 음색에 실려 듣는 이로 하여금 실패한 사랑의 기억과 감정들을 회상하게 한다. 그러나 나를 사로잡은 이 노래의 매력의 핵심은 단연 멜로디이다. 단조롭게 반복되지만 더없이 슬프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그 자체로 사랑의 주기를 닮았다. 영원할 것 같지만 어느새 끝나버리고, 다시는 시작될 것 같지 않지만 어느 순간 이미 시작돼버린 사랑의 운명을 닮은 멜로디에는 역설적으로 실패한 사랑을, 사랑에 실패한 이들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내가 이 노래에 매료된 것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 크게 실패했기 때문에.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Love is over]의 직역은 "사랑은 끝났다"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 쓰인 숙어 be over의 over는 한 지점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그 영역이 가하는 영향력에서도 벗어나 있음을 동시에 의미한다. 그렇다면 'Love is over'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지나간다". 이렇게 의역하고 나면 이 노래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는 것 같다. 영화 같은 사랑은 지나가고 단조로운 일상은 반복된다. 그리고 언젠가 새로운 사랑이 다시 지나갈 것이다. 그래서 삶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Love is over]의 멜로디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스카이캐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