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소소한 일상

긴글주의

by 혜원

브런치북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는 것이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이 브런치북을 시작한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암에 걸린 김에 (?) 다시금 글을 쓰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암 진단을 받는다는, 정말 단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터널을 내가 어떻게 잘 지나왔는지, 나중을 위해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래야 뭐라도 기억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글들은 병원 기행문 같기도 하고 또 림프종 설명문 같기도 하지만,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씩씩해 보이긴 하는데 마음은 정말 괜찮았던 건지, 치료는 앉아서 받는지 누워서 받는지 까지 궁금했으나 차마 미주알고주알 물어보지는 못했다던 지인들이 이 브런치북을 보고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해 주어서 그것만으로도 일단 만족한다.


그리고 나처럼 여포성 (소포성) 림프종 을 앓고 계시는 분들, 그 중에 특히 임상 실험 관련하여 고민을 하는 환우가 계신다면 참고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같은 경험을 조금 더 먼저 한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증도 해결되고 내가 뭘 준비해야 할지도 생각하게 되고 했기에, 혹시라도 내 글이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처음 응급실에 입원해서부터 암이라고 정확히 진단 받기 이전까지의 걱정의 시간들이 뭔가 써내고 싶은 얘기가 가장 목구멍에 차 올랐던 때였다. 지금으로부터 딱 한 달 전 일을 쉬고 치료를 시작하기 시작했을 때 쏟아내듯 글을 써 내려갔고, 그렇게 기록을 해 두고 나니 그 시간들로부터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머릿속에 꼭 잡아두고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심지어 디테일을 잊어버려도, 영 잃어버리지는 않게 해 놓았으니 목표 완전 달성이었다.


정신 없이 토해내듯 쓰던 첫 며칠을 지나, 다른 분들의 글도 조금씩 보는 여유도 생기고, 세상은 넓고 글 잘 쓰는 분들은 참 많구나 싶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야 알게 된 사실. 브런치북 한 편에 30개 글밖에 못 쓰네? 나는 이미 21개를 썼고, 내 암 치료는 2년 6개월 중 이제 1개월이 지났는데? 뭐라도 어디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꽉 차서 사전 계획이 치밀하지 못했고만. 아하하. 30개를 다 써도 아직 4월 초니까 이제 겨우 항암 싸이클 2이고, 그 후로도 2년 이상을 암을 치료하며 살아야 하는 나이니까, 다음 브런치북도 천천히 고민해 보아야겠다. 나의 일상이 될 이 치료의 과정이 내 하루하루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물들여 갈지도 기록하고 싶고, 사실 애초에 포인트는 ‘암’이 아니고 ‘글’이었으니 일단 뭐라도 계속 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기특하다. 암에 걸렸다고 축 처져있을 틈이란 당췌 없는 거다.




치료 싸이클


나의 치료는 120주, 총 2년 6개월이다. 그 중 첫 3개월은 매 주 약물을 투여하고, 그 후 3개월은 한 달에 한 번만 투여한다. 그리고 나서 한 달 동안의 반응 평가 기간을 가진 후, 또 반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마지막으로 일년 반 동안 두 달에 한번 엡코리타맙만 투여하는 유지 기간을 가진다. 싸이클을 궁금해하는 지인들이 있어서 기록해 본다.




Week 2, 3


첫 주 치료를 하고 난 후 2주와 3주도 잘 지나갔다. 이제 병원에 가서 하는 순서와 과정들이 익숙해졌고, 뭘 어떻게 준비해야 내가 그 시간을 더 잘 보낼 수도 있는지 알게 되었다. 계속 마시는 물과 투여하는 수액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가니 슬리퍼를 신고 가고, 살짝 춥지만 답답한 건 싫으니까 조끼를 챙겨 가고, 리툭시맙 맞을 때 간식을 먹으면 확실히 혈압이 덜 떨어지기에 이것저것 많이도 싸간다. 남편도 처음에는 휴가를 내고 같이 있다가, 같이 있되 재택근무로 옆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는 아침에 병원으로 드랍만 해 주고 끝나면 데리러 온다. 나는 내가 받을 치료가 있고 이야기 나눌 간호사가 있고 가끔 병원 소셜워커 친구가 놀러 오기도 하고 아무튼 병원에서의 시간이 금방 간다. 2주차, 3주차에 각각 리툭시맙과 엡코리타맙 용량을 조금씩 늘렸는데, 크게 심각한 부작용 없이, 하지만 처음 투약 후 겪은 자잘하고도 다양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매일매일 겪으며 잘 지나갔다.






부작용


몇 주 지내고 보니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작용들은 거의 다 한가지 약에서 오는 것 같다. 덱사메타손 이라는 스테로이드제를 하루에 16mg 먹는데, 이 아이는 나를 각성시켜 잠을 못 들게 하거나 새벽에 자꾸 깨게 하고, 평생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었던 나를 5시에 일어나게 한다. 또 식욕을 증진시켜 자꾸만 뭐가 먹고 싶게도 한다. 뭘 통 못 먹지 않느냐, 살이 너무 빠지지는 않았느냐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나는 지금 놀랍게도 몸무게가 5킬로나 늘었고 (간호사는 부종 때문이라고 하긴 했다) 아무튼 생각보다 너무 잘 먹고 있다. 물론 소화 불량으로 속이 늘 더부룩하고 가끔 쓰리기도 하고 변비도 생겼기에 많이 먹으면 그만큼 속은 이리저리 불편하지만, 매일 아침 챙겨먹어야 하는 수많은 약들 때문에 밥을 잘 챙겨 먹지 않을 수가 없다. 고기를 안 먹으면 손발이 떨리는 것이다. 덱사메타손은 얼굴을 붓게 해서 거울을 보면 웬 달덩이가 떠있고, 식은땀이 자꾸 나서 그 달덩이가 촉촉하다. 초반에 화농성 여드름이 잔뜩 올라와서 항생제도 먹고 있다. 원래 피부가 좋지 않았는데, 면역이 약해지니 몸의 약한 부분부터 반응이 온 것 같단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항생제 덕분에 지금 달덩이는 이전보다 더 매끈해졌다는 장점이 있다.





아침을 먹은 후 약을 챙겨먹는다. 휴약기간이 있는 약이 있어 매일 다른데 보통 하루 10 알에서 14알 정도 먹는다. 이 많은 약을 한방에 목구멍에 털어 넣던 날 진정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약들의 기능은 다양하다. 몸 안의 과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고, 혈전을 예방하고, 각종 감염을 사전 차단하고, 두드러기와 대상포진, 패혈증과 폐렴 등을 방지하고, 여드름을 물리치고, 변비를 없애고, 소화를 돕고, 속 쓰림을 잠재우고, 기타 등등... 나는 타이레놀 한 알만 먹어도 온 몸에 약 냄새가 나는 느낌이 싫어서 웬만하면 안 먹고 참았을 만큼 평생 약이랑은 별로 안 친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많은 약을 내 몸 속에 집중포화하는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지나간다. 곧 다 지나간다.

This too shall pass.





커피


작년 10월 응급실에 입원해서 공포의 나흘을 보내는 동안, 나는 커피를 끊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몸 속에 피 대신 카페인이 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을 정도로 커피를 자주 마셨었는데, 그 난리통에 며칠 동안 커피가 전혀 마시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아침마다 식사 전에 따뜻한 티나 커피를 권했는데, 심지어 곧 CT찍으러 갈 할아버지도 커피는 드시던데, 어쨌건 나는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 이것은 퇴원하고 나서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내 몸을 조금이라도 더 건강히 유지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커피는 영 땡기지 않았다. 그 후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진단을 받고 치료 계획을 세우며 일을 하고 일상 생활을 하면서 손에 꼽을 정도의 커피를 마셨다. 정말 마시고 싶을 때만, 정말 맛있는 커피가 있을 때만. 주로 디카페인으로. 너무 피곤해서 몸이 커피를 연료로 넣으라는 명령을 보내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카페인 노예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커피가 정말 ‘기호식품’인 사람이 된 것이다.


요즘은 일도 하지 않으니 모닝커피로 하루의 업무를 시작할 일이 없어서 더욱더 커피를 안 찾게 되는데, 그런 내가 유일하게 커피를 마시는 날은 아이러니하게도 목요일, 병원 가는 날이다. 암환자가 암 치료를 받는 중에 커피를 마시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리툭시맙은 커피와 함께다. 치료를 받는Day Stay가 살짝 서늘하고, 리툭시맙을 한 시간쯤 맞고 있으면 슬슬 혈압이 떨어져 졸리고 노곤해 지는데, 그때 딱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땡긴다. 내가 뭔가를 먹거나 마시면 혈압이 안정되는 것을 봐왔던 터라 이쯤 되면 Jo가 묻기도 한다.


“혜원, 커피 한 잔 타다 줄까?”


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몸이 몇 달 전부터 영 불편해하는 음식들이 있는데, 가공식품, 유제품, 그리고 인스턴트 커피 등등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Day Stay에 있는 인스턴트 커피는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다. 그래도 명색이 암 치료 중인데 라는 생각에, 괜히 물어본다.


“마셔도... 괜찮겠지?”


그럼 Jo는 웃으며 대답한다.


“Little coffee doesn’t harm anyone!”





오이지


요즘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계속 부대껴서 그런지 김치 종류를 평소보다 찾게 된다. 덱사메타존 부작용으로 임산부처럼 자꾸만 뭔가가 끊임없이 먹고 싶은데, 이상하게 얼마 전부터 오이지가 그렇게 생각이 나는 거였다. 이 나이 먹도록 내 손으로 만들기는커녕 사먹어 본 적도 없는 음식인데. 검색해보니 하루만에 뿅 완성되는 음식이 아니고, 청정원이며 원할머니며 웬만한 완제품 반찬이 종류별로 들어와 있는 한인마트에도 이상하게 오이지는 없었다. 심지어 반찬가게에도 오이지가 없었다. 유채나물도 우엉조림도 뚝딱 다 만들어 파는 반찬가게에 아니 왜 오이지 무침은 없는 거지. 한국인 야채가게에 오이지용 절인 오이를 파는 것은 보았는데, 저게 언제부터 저기 있었던 걸까. 영 청결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감염을 조심해야 하고 모든 조리가 과정부터 깨끗해야 하는 사람이라 도저히 그 정체불명의 오이를 사 올 수는 없었다. 며칠 고민 끝에 나는 덜컥 오이지용 오이를 사 버렸다. 무려 3kg를! 이리저리 검색해서 댓글에 성공담이 많은 짧은 영상을 마스터하고 오이를 절여두었다. 비주얼은 정말 그럴 듯 했다.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3일 후 다시 소금물을 팔팔 끓여 식힌 후 부어서 접시 하나를 꾹 올려둔 후 실온에 두었다. 이렇게 정말 2주나 더 두어도 되나 싶었지만 일단 하라는 대로 했다.

너무 영롱했던 오이


그리고 며칠 동안 부작용에 시달리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는데, 어느 날 열어보니 세상에나 외계인 눈 같은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게 아닌가!



냉장고에 진작에 넣었어야 했던 것 같다. 소금물에 말갛게 절여져 있던 모습이 너무나 성공각 이었기에 배신감은 어마어마했다. 머릿속이 오로지 ‘감염 주의’인 나였기에 당연히 미련없이 바로 버렸어야 했는데, 그게 망설여질 만큼 아쉬웠다.


속상한 마음에 밥치료 언니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세상에 언니가 친정엄마 김치냉장고를 털어서 오이지를 공수해 주었다. 어머니께서 나 갖다 주라며 맛있는 걸로 골라 주셨다고. 으앙... 마음 약해진 암환자 운다 울어. 그렇게 나는 오이지를 입에 넣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오이지 무침 이었다.




핸드크림


이전보다 위생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컨디션이 따라 주는 날에는 하루에 딱 한 곳만 정해놓고 청소를 했다. 싱크대, 책장, 주방 서랍 등등 정말 작은 곳 딱 한 곳만. 청소 보다는 비우기 decluttering 목적이기도 했는데, 결과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늘 치워야지 하는 마음만 굴뚝같던 주방 서랍을 탈탈 털어 깨끗하게 닦는 기분이란! 그런데 너무 열심히 했는지 손 끝이 영 매끈하지 못하고 한겨울 터진 손 마냥 갈라지기 시작했다. 딱히 물청소를 많이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피부 장벽이 약해지긴 했나 보다. 이것도 덱사메타존 부작용이라고도 하고. 아무튼 살짝 까진 발 뒤꿈치가 낫는 모양과 속도만 보아도 평소랑은 많이 다른걸 보니 내 몸의 면역이 많이 약해지긴 한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전에 없이 핸드크림을 자주 바른다. 선물 받아 고이 쟁여놓았던 향 좋은 핸드크림을 아낌없이 발라준다. 갈라진 틈 사이로 감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바세린도 하나 사왔다. 이전보다 손을 더 자주 씻으니 매번 핸드크림 바르는 것도 일이지만, 귀찮아도 열심히 바른다. 내 몸 구석 구석을 돌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잘 어루만져 준다.





바우처


임상 실험에 참여하는 대가(?)로 주차권과 교통비 바우처를 받는다. 병원에서 오래 머무니 주차비를 매번 내자면 만만치 않을 텐데 무료 주차가 되니 마음이 편하다. 교통비는 병원에 한 번 갈 때 마다 20불 주유 바우처를 준다. 아마도 최저 단위가 20불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집은 사실 병원과 15분 거리라 넉넉하게 계산해 보아도 기름값은 왕복 5불 남짓 나온다. 바우처를 받을 때 마다 뭔가 돈 버는 기분? 내가 휴직 하는 동안은 아무래도 가정 경제가 여러 모로 타이트 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소소한 포인트에서 마음의 여유와 감사할 것들이 생긴다.





Wonder를 읽고 있다. 얼굴에 기형이 있는 아이 August가 처음으로 일반 학교에 진학해 친구들과 지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정, 친절, 용기…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남이 나와 다르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도 생각해 볼 포인트가 많은 책이다. 한 두 장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챕터가 끝날 때 마다 마지막 문장들이 늘 마음에 들었다. August의 속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고, 다음 페이지를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는 무심한 듯 아름다운 글들이었다.



따라하는 기도, 고난. 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언니같이 성숙한 동생이 한국에서 보내준 귀한 책이다. 고난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고난 중에 기도하게 하는 책인데,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고난의 시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하나님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겪는 모든 고난을 사용하셔서 자신을 드러내시고 우리를 만족시키십니다. 욥도 고난의 시간을 지난 후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42:5)라고 고백 했습니다. 고난은 하나님을 알게 합니다. P.51


처음에는 암에 걸린 것이 큰 고난이라고 생각했다. 상상조차 못할 엄청난 고난. '암' 이라는 한 글자가 가지는 힘이 그렇게 컸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이 시간을 통해 그 동안 지친 내 몸을 챙기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 얼마나 감사할 게 많은지 깨닫게 해주는 정말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몸이나 마음이 힘들 때는 꼭 이 책을 편다. ‘병상에 있는 분들을 위한 치유 기도’를 편다. 따라 읽는다. 마음이 편해진다.




선물


어느 주말, 친한 동료인 제니퍼가 우리집에 잠시 들르겠다고 했다. 음식을 한번 해다 주겠다고 휴직 전부터 얘기해왔던 터라 그러려니 하고 오라고 했는데, 세상에 웬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잔뜩 왔다.


회사를 비운 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누군가 내 책상 위에 바구니를 두고 사람들이 그 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단다. 바구니속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암 환자에게 필요한 게 뭘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것들이었다. 찜질팩, 핫 워터 주머니, 양말 등 체온을 올리는 물건들. 크라프트, 컬러링북과 색연필, 레고, 퍼즐북, 명상책 등 무료한 시간을 채우는 것들. 차와 초콜릿, 족욕밤, 향기 좋은 바디로션, 인스턴트 죽, 말씀카드, 해바라기, 그리고 손편지들... 제니퍼는 암에 좋다며 강황을 듬뿍 넣은 파스타를 만들어 왔다.


이 선물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서 받은 게 아니다. 그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내가 그 복을 받은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쁨이 이렇게나 크다. 나로 인해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 좋은 것을 누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암 환자의 2~3주 일상은 이렇게 감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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