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아주 오랜만에 혼자선 등산을 했습니다,
등산이라고 하기엔 남들에겐 동산 수준이지만
저한텐 스틱 2개가 필수인 곳이라 거기다 또
남들은 샌들 신고도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저는 장작 왕복 3시간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기에
등산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사실 여러모로 힘들 때 혼자서 산을 많이
다녔었는데 무릎이 많이 안 좋아지면서부터는
거의 중단하다시피 하다가 오랜만에 가니
아주 힘들면서 좋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습니다.
등산이란 게 오묘하게 처음 한 걸을
내딛긴 참 어려운데 다녀오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간당간당한
휴대폰 배터리도 뒤로 한채 동산 수준의
등반(?)이었지만 사진은 100만 장 찍고 돌아
왔습니다.
사실 어제 오랜만의 등산이 저한테 더
특별했던 건 어제 산에서 저처럼 몸이
불편하신 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제껏 산을 다니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나는 처음에 산을 다닐 땐
내가 남들한테 어떻게 비칠까 하는
마음에 등산을 하다가도 사람 소리, 인기척만
들리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사람이 한 참
멀리서 보이는데도 그들에게 피해를 줄까
미리 길옆으로 피해 그들이 안전하게 먼저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뭐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도 길을 틔어주는
의미도 있었지만 빨리 걷지 못하는 나를 위한
안전 조치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서서 기다리면 멀리서
오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가끔은
한 마디씩 말을 던지곤 하죠...
'몸이 불편하신 거 같은데 참 대단하십니다, '
'조심해서 가세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닌 건 충분히 알지만 그 말조차
부담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속으로 제발
아무 말 없이 지나가길... 하는 바램이
들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감사합니다'라고
답 할 정도로 이젠 그런 말이나,
시선이 많이 적응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젠 등산을 하다가 저와 마주하는
거 같은 분을 만났던 것입니다. 산 밑에 주차를
하는데 몸이 불편하신 분이 등산길로
가길래 설마 등산을 하실까 하는
마음으로 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상을 도착할 때쯤 그분이 내려오시길래
길 가장자리로 피해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는데 순간 예전에 나를 생각하니 내가
그렇게 서있으면 그분 마음이 조급해져 혹시
내려오다 발이라도 헛디딜까 봐 몸을 돌려
쉬는 척 서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분이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몸을 돌려 정상에 올라 한참을 정상의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사진도 찍고 간단한 스트레칭도
하다가 산 중간쯤 내려오니 그분이 벤치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좀 앉아서
쉬다가 또 길이 겹치면 서로 불편할 까 봐
먼저 일어나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뒤에서 좀
거친 발걸음 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그분이 제 뒤를 바짝 쫓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놀란 저는 얼른 등산로 옆으로 피해 그분이
먼저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피해 드렸는데
올라올 때 본모습과는 달리 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그분한테 추월을 당한 뒤 나도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는 휴대폰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 쉬지 않고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저보다
훨씬 먼저 내려갔던 그분을 거의 등산이
끝나갈 무렵에서 또 마주쳤고, 어쩌다 보니
다시 제가 그분을 앞질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뒤 등산로 입구에 앉아 그분도 안전하게
내려오시는 것도 좀 보고, 또 혹시나
기회가 닿으면 말도 한 번 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기에 쉴 겸 해서 좀 앉아 있었는데,
그분이 오질 않아서 뵙지 못하고 나름 혼자만의
뜻밖의 레이스를 뒤로 하고 귀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녀온 등산은 기분 좋은 뻐근함의
근육통을 안겨주었지만 기회가 닿으면
예전처럼 가끔 등산을 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