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 먹고 싶어요

by Lena Cho

월요일에 퇴원을 하고 목요일에 수술 후

첫 출근을 하는데, 눈이 무슨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안 그래도 전날밤 '출근해서 아무 일

없이 퇴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는데, 눈까지 내리니

더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는 찰나에 평소에

전화 통화도 잘하지 않던 친구의 안부 전화가

왔다. 출근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회사에 도착을 했고 이미 많은 직원들이

출근을 했는지 넓디넓은 로비의 대리석들이

반질반질 물기로 미끄러웠다, 사무실까지

가는 길이 참 멀게 느껴졌다.(나는 이번 수술

말고도 원래 다리가 좀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대리석 바닥이 참 싫다,

나중에 내 집을 직접 짓게 된다면 바닥에

단 하나의 대리석도 허용치 않을 생각이다.


아무튼 어찌어찌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하고,

의자에 앉으니 긴장 탓인지 수술부위가 땅기고

뻐근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프다고 당장 회사를 관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하던 일을 평소와 같이 했다.


특히 회사에 딱히 말을 안 하고 설 연휴에 수술을

했던지라 아픈 티도 내기 힘들었다.


그렇게 목, 금요일 출근을 하고, 고대하던 주말

이 왔고 밖에 날씨도 추우니 온종일 집에서

보낼 마음으로 느지막이 일어나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언니 두 명이 온다는 톡이 왔다.


점심쯤 도착한 언니들은 각자가 싸 온 음식으로

좁은 집에서 뚝딱뚝딱 한 상을 차려 밥을

먹고 나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그런데

나는 커피를 마시러 출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간당간당한 출근시간에도

꼭 출근길에 커피 한잔 사는 건 필수인 사람인데

수술 후 지금까지 커피를 못 마시겠다.


아직 내 몸이 카페인과의 싸움에서 이길 준비가

안되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커피값도 비싸고

딱히 몸에도 안 좋은데 이 기회에 커피를 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 인생 무슨 재미로 살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차와 커피를 한 잔씩 마신뒤 오전에

유튜브에서 본 꽃게탕과 꼬막무침이 먹고

싶어 언니들과 집 가까이 있는 시장에 갔다.


그래도 요 며칠보단 기온이 오른 데나 햇살까지

비추니 그렇게 춥진 않았는데 걷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없는 다리 힘에 더 힘이 없었다.

그래도 언니 부축을 받아 시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걷는 건 좀 불편

했지만, 뭔가 마음에 생기가 돋는 거 같았다.

언니가 만든 새우 볶음밥과 반찬들

시장에서 돌아와 언니들은 또 좁은 부엌에서

없는 재료들로 맛있게 꽃게탕을 한 솥

끓여내고 금세 꼬막무침까지 만들었다.


방금 손수 끓여낸 꽃게탕과 꼬막무침은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었고, 나는

죽 반그릇에 나 때문에 심심하게 만든 꽃게탕

한 그릇을 먹으니 배에 힘이 생기는 기분이다.

뭔가 기운이 생기는 든든한 기분, 이래서 진짜

아플수록 밥을 잘 먹어야 한다고 하나보다.


저녁을 셋이 옹기종기 좁은 집에서 더 조그마한

상을 펴고 앉아 먹으니 캠핑이라도 온 듯 밥맛이

돌았다. 그렇게 또 함께 식사를 마치고

언니들은 각자 가정이 있는터라 설거지까지

깨끗하게 뒷정리까지 해주고 나서 가면서

'불 좀 켜고 있으라고, 그러다 우울증

걸리겠다'란 말과 함께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을 열 번쯤 한 뒤 돌아갔고 나는 언니들이

가자마자 켜져 있던 모든 불을 모조리 껐다.


아니 근데 기분이 좀 depression 되는 느낌은

불을 안 켜고 있어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디 좀 불을 다시 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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