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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산책과 두 번의 빨래

주말 안녕...

by Lena Cho

오롯이 혼자서 주말을 보냈다,

내가 사람들이랑 소통을 한 게 있다면 휴대폰으로

친구 두 명과 서너 마디 나눈 것과 뉴질랜드

지인에게 서울 가을 하늘을 전달하고,

테라스에 식물 사진을 몇 장 보내준 거,

그다음은 둘째 언니와 역시 톡으로만 서로

안부를 확인했고, 조카와 약 40분가량

통화한 게 전부이다.


입을 열어 음파를 진동시켜 말을 한 건,

카페에서 커피 주문 할 때와, 오랜만에 피자

가게 가서 주문하고 받아 올 때 나눈 몇 마디,

3번의 당근거래 시 주고받은 인사말...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카와의 통화, 이게 혼자 사는

내가 주말 이틀 동안 한 의사소통이다.

거리마다 올 해 은행이 풍년이다.
산책 인증샷, 수고한 나를 위해 피자 한 판

부족하지도 많지도 않은 딱 이 정도의 소통

이라면 딱히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은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시간이 아주

잘 흘러가기 때문에 혼자 있다고 해서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다, 그러는 중간에

집에만 있는데도 몸이 계속 피곤했는데,

다행히 주말 동안 가을 햇살도 좋아서

오랜만에 불광천길 산책을 했다. 산책길은

늘 많은 사람들과 반려견이 가득 메우고 있다.


나처럼 혼자 나온 사람들도 많고, 가족 및

친구들과 나온 사람들도 많다. 다들 파워

워킹으로 열심히들 걷는 사람들 사이로

파워 워킹하고 싶지만, 못하는 나는 마치

그 시간이 영원할 거처럼 산책길 가장

바깥쪽으로 파워워킹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걷는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집 밖을 나오면서 예상한

것보다 많이 걷게 된다. 가끔은 걷기 전

집 근처 편의점에 먼저 들러 맥주 한 캔을

사서 산책로 주변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한 캔을 드리킹 후에 산책을 나가서

다이소를 찍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다이소는 못참지~

원래는 가끔 가는 집 앞 산을 오랜만에 가려고

했으나, 무릎에 무리가 갈 거 같아 참기로 했다.

대신에 어젯밤에 강하게 불던 바람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나뭇잎들로 지저분해진

테라스 정리를 했다, 이제 테라스 식물들도

잎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시들해지고 있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이 식물들을 통해

먼저 알게 된다, 해가 짧아지고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에 식물들이 먼저 겨울맞이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동안 푸르름을 간직했던 테라스에

이제는 파릇파릇함이 점점 사라지고 메마른

가지로 가득한 테라스를 보게 되고 점점 더

추워지면 내가 테라스로 나가는 일도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굳이 밖을 나가지

않더라도 테라스에서 바깥공기를 수 있어

좋다.

점점 노래지는 귤과 산발인 로즈마리 꽃도피고..
테라스 식물들...시들해지고 있다...
노래진 참외

아무튼 요즘 최대 연휴로 우리 회사는 숨 쉴

시간도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맞이한 이번 주말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해서 거의 일 년에 한두 번 시켜 먹을까

말까 한 피자 한 판을 산책을 나간 김에 한 판

사서 주말 내내 잘 먹었고, 오랜만에

커피숍에서 잠시나마 햇볕도 쬐면서

커피도 한 잔 했고, 아침, 저녁으로 점점

쌀쌀해지는 거 같아 그동안 덮던 여름

이불을 빠느라 두 번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고, 주말에 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또 귀찮은 손, 발톱 깎긴데 귀찮은 일을

하나 해결한 뒤, 식물들의 마른 잎들을 가위로

이발도 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다, 집에 밥이 없으니

누룽지를 끓여 먹어야겠다. 며칠만 더 일하면

쉴 수 있으니 조금만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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