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에 캠핑을 거의 다녀 본 적도 없고,
다리가 불편한 데다, 거기다 강아지까지
한 마리 있다. 캠핑을 하기엔 최악의(?)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 건강한 사람도 캠핑을 다니는 건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잠자는 곳이나, 화장실, 무거운 짐 운반 등
여타 여러 가지 일들이 나한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차박을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장고 끝에 차박 한다고 멀쩡한
차를 팔고 세단에서 SUV로 얼마 전에 바꿨고,
이런 나를 걱정하는 언니들한테 핀잔(?)도
많이 들었다.
차를 계약 후 오랜 기다림 끝에 차는 출고가
됐고,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캠핑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니 이런 내가 이 험난한
세상에 제 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강아지까지 데리고 차박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흔치 않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위험한
상황에 닥칠경우, 아니면 나쁜 사람이라도
만날 경우 나의 방어력 점수는 '0'아니
마이너스 점수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방어를 할 수도 없고, 도망을 갈 수도 없다.
이런 부분을 언니들도 걱정을 한 거 같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거라면서...
하지만 일단 나는 먼저 간단히 짐을 챙겨
차크닉을 떠나 보기로 했다.
평소 눈여겨보았던 한적한 공원에서 서너
시간 있다 오기로 한 것이다.
가서 텐트를 칠 것도 아니고, 공원에서
푸짐하게 음식을 해 먹을 것도 아닌데 꽤나
많은 짐이 필요했다. 나는 무거운 짐을 한 번에
차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짐을 줄여
작게 하나씩 사서 총 3개의 짐을 싣고 떠나
보았다.
하나는 내가 가서 간단히 먹을 도시락,
포장한 떡볶이, 컵라면, 뜨거운 물을 받은
텀블러랑 또 다른 하나는 토리 간식과 여벌의 옷,
밥그릇, 물그릇, 생수 한 병과 마지막으로
다른 한 개의 가방에는 가서 덮을 이불을
챙겼다. 벌써부터 진이 빠지는 느낌적인
느낌을 안고 우선 출발이다...
공원 귀퉁이 한 적한 곳에 차를 데 고 있으니,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고, 그런 차 안에 있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발이 시릴정도로 추웠다.
나는 그 흔한 핫팩하나 없고, 싸 온 이불을 덮고
토리와 함께 온기를 나누며 누워 있으니 이게 무슨
개고생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비가 그치고
토리와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나니 공원이
온전히 내 것이 된듯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나뭇잎 위로 아슬하게 맺힌 빗방울과 차 천정 위로
보이는 초록초록한 나뭇잎이 흔들리면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그동안의 피로를 씻어줄 만큼
좋았다... 나는 또 본 건 있으니까 야심 차게
준비한 캠핑 테이블을 펼쳐놓고 컵라면에
미리준비해 온 뜨거운 물을 부어 떡볶이와
함께 먹으니 뭐 이제 굳이 멋진 뷰의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물론 디저트도
빠질 수없으니 챙겨 먹으니 모든 게 꿀맛이었다.
토리도 뜨거운 물을 식혀 사료를 말아주니
사료를 마셨나? 싶을 정도로 순삭 해치워
버렸다, '우리 좀 서툴지만 나름 괜찮다..
그렇지'? 란 생각이 들면서 다가오는 5월
연휴엔 장거리로 떠나야겠다는 다짐이
바로 생겼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려온 5월 연휴에는
큰 포부를 안고 토리와 함께 장기간(?) 3박
정도의 차박을 떠나기로 했다.
전날 퇴근을 하고 간단히 짐을 챙겨 논뒤에,
차가 밀릴 것을 대비해서 새벽 3시부터
일어나서 다시 짐을 싸고, 5시쯤 출발을 했다.
그러나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는지,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을 하니
이미 차가 많이 밀리는 상황이었다.
와~정말 나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열정은 대단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목적지는 우리 집에서 약 14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차가 밀리지 않으면, 그동안
매일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으로 단련된
내운전 솜씨로 1시간 조금 넘으면 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차가 밀리고,
휴게소 화장실까지 한 번 들리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은 상황이었다.
거기다 도착하니 비까지 오고, 목적지는
노지로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좋은 명당자리는 언제 왔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고, 노지이지만 간이 화장실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그 화장실 주변으로 내 차 하나
세울 자리가 없을 만큼 '와 저렇게 저기다 차를
세워도 되나?!' 싶은 곳까지 차가 있었다.
나는 이런 복잡한 곳에선 도저히 나만의 힐링
포인트를 찾기가 힘들 거 같아, 아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일 거 같아 그곳과는 좀 멀리
떨어진 한적곳으로 자리를 자리를 잡았다.
차 앞으로 남한강 강물이 흐르고, 거기다
비까지 보슬보슬 내리니 내가 생각하는
그런 뷰의 힐링 느낌에 잔뜩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기대감과 달리 비 오는 차 안에서
차가 그리 크지도 않고, 거기다 토리까지
있다 보니 차 안에만 있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차 안에서 목과 허리를 말고 이것저것
무거운 짐 정리를 하다 보니 어깨와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무사히
도착했으니까 괜 괜찮아... 라며 위로를 한 뒤,
마침 비도 잠시 그쳐서 토리도 답답할 거 같아
우의를 입혀 산책을 나가니 토리도 좋은지
이것저것 냄새를 맡으며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런데 복병은 이제부터이다, 비 오는
시골길을 신나게 놀다가 온 토리의 발에는
풀잎부터 진흙까지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런 토리를 안고 어디서 발을 씻기기도
어려워 나는 우선 토리를 조심스레 차 한쪽
의자에 올려놓았는데, 토리는 바로
여기저기 차 안을 옮겨 다니면 흙 발자국을
남겼다... 아 토리야 차 산 지 얼마 안 된 건데...
괘 ㄱ ㄱ 괜찮아... 너만 좋다면....;;
거기다 요즘 차 안엔 버튼이 워낙 많은데,
토리는 그런 버튼쯤은 생무시하고 버튼이고,
나발이고 다 밟으며 지나다녔다... 그건
안돼... 돼... 안.... 돼, 차박을 하면 차가 빨리
상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토리를 잡고 대충 발을 닦고,
물이랑 간식을 주고 나니 나도 좀 뭘 먹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이른
아침인데도 불을 피우고 음식을 하는지
여기저기서 음식 냄새가 진동을 했고,
나는 간단히 버너를 조심스레
켜서 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
물론 차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말이다.
그러고 다시 토리 밥그릇과 내가 먹은 것을
대충 닦고, 토리가 여기저기 남긴 발자국을
닦다 보니 쉬는 날 집에서 하는 거 없이
하루 종일 집안일 하는 거랑 크게 다를 게 없단
생각까지 들었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급 피로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그냥
차문만 열면 산책을 바로 할 수 있는 건
정말 좋았다. 거기다 우리 집 골목길과는
다르게 오토바이, 차, 깨진 유리조각,
쓰레기, 담배꽁초등이 길에 없어서 산책을
시키는 내 입장에서 평소보단 경계심을
늦출 수 있었다.
거기다 비까지 온 마당이니 토리입장에선
흙과 풀들의 그 풍미가 얼마나 더 좋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비가 그친 타이밍에
잠깐씩이라도 산책을 자주 했다.
다시 차박 얘기로 돌아오자면 내가 첫 번째로
간 곳은 유명한 노지 차박으로 시에서도
유원지처럼 나름 관리를 하는 곳 같았는데,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곳곳에 쓰레기
무덤이 쌓이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자신들의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무덤처럼 쌓아놓고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돈을 내고 이용하는
곳도 아니면서 말이다.
나는 무덤처럼 쌓인 곳에 내 쓰레기까지
얹고 싶지 않아 쓰레기가 나올 때마다
빈 가방을 하나 따로 만들어 그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지나니 가방이 꽉 찰정도로 쓰레기가
많아지기도 하고 냄새도 조금 나는 거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데나 버리고 갈 건
아닌데, 차박을 하다 보니 집에서 쓰지
않는 쓰레기가 많이 발생됐다... 집에선
환경이슈로 물티슈를 잘 사용하지 않는데,
여기선 물티슈가 아니면 방법이 없었고,
그릇을 닦을 때도 물티슈와 키친타월로
하다 보니 그에 대한 쓰레기도 많이 발생
됐다. 거기다 내가 먹으려고 싸 온 식량들도
거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보니
그것 또한 부피도 많이 차지하면서 혼자
사용하는 건데도 꽤 많이 배출이 되었다.
환경적인 입장에선 차박이 참 안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다니고 싶어서, 나름
위험하지 않은 노지 차박지에서 1박을
하고, 화장실이 너무 멀고 불편해서 다른
노지 차박지로 옮기니 그곳은 더욱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다른 차들로 꽉 차 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 거기서 한 2~30KM 떨어진
다른 노지 차박지로 가니 거긴 깨끗한 화장실
근처에 자리도 있었고, 공간도 넓어서
그나마 좀 편하게 쉴 수 있을 거 같아
나름 괜찮은 곳에 파킹을 하고 좀 쉬기로 했다.
이곳 역시 시에서 무료로 개방한 유원지인데
앞에 강이 흐르고, 그 앞엔 산도 있어 풍경이
좋았다. 하지만 여기도 쓰레기 무덤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화장실
세면대에 그릇 씻지 말라고 경고문이
붙어 있었으나, 아랑곳하자 않고 그곳에서
그릇을 씻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내가 다시
화장실을 갔을 땐 개수대가 막혀 물이
개수대에 가득 차 사용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곳에 캠핑장을 경험해 보니 5~60대로
보이는 두 부부가 온 경우가 많았고,
아니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도
있었는데 캠핑 장비들이 얼마나 화려한지
처음 보는 캠핑장비들이 많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캠핑에 진심이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나도 소소한 짐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차박을 마치고 무사히 서울에 올라와 침대에
누우니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고, 토리도 좋은지 이불 위에 살포시
누워 잠이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 다음에도
또 차박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