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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 차박은 잠시 쉬자~

덥다;

by Lena Cho

5월 연휴 이후 두 번째로 6월 연휴를

맞아 장거리 차박을 다녀왔다.


이날을 위해 6/9일은 연차를 써서

휴일은 총 4일이 되었고, 출발은 6/5일

목요일 퇴근 후에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강원도 횡성이고, 서울과

그리 멀지 않아서 그냥 이곳으로 정했다.


나의 여행은 언제나 즉흥적이다,

대충 장소만 생각해 놓으면 떠나는

날짜, 준비는 즉흥적으로 정해서

떠난다. 6/5일도 퇴근 후에 떠나게 되면

길이 많이 밀릴 거 같아 새벽에 갈까

생각했는데, 그럼 차박지 자리를 맡지

못할까 봐 그냥 퇴근하자마 바로 출발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퇴근하자마 헐레벌떡

간단히 토리 쉬만 누이고 짐은 집에 있던

인스턴트 음식과 옷가지 몇 개를 챙겨 떠났다.


서울을 빠져나갈 땐 많이 밀렸는데,

서울을 벗어나자 그나마 예상과 다르게

고속도로는 지난 5월 연휴 새벽에

출발했을 때보단 한산했다.


횡성은 서울과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어서

8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을 했는데,

이미 텐트와 캠핑카로 알 박기 한 곳도

너무 많았고, 무엇보다 어두워서 장소를 잡기가

마땅치 않아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다 보니

9시가 훌쩍 넘었고, 나는 급하게 퇴근하고

오면서 한 끼도 먹지 못한 나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전에 토리 먼저 식사를 챙겨주고

급히 라면을 한 개 끓여 먹고 잤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연휴다 보니

노지 야영지는 내가 도착한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두 부부가 새벽부터 도착해서

텐트 두 동을 치느라 여기저기서 텐트 폴대를

박는 쇳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날이 밝아 나도 급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맡은 곳은 화장실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장이 예민하고 화장실도 자주 가는

편인 나는 이곳에 있기 마음이 불편해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어려운 결단으로 다시 자리를 맡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맡은 자리를 떠나서,

그나마 화장실이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찾아

다니다가 다행히 간신히 양쪽 차 사이에

내 차 하나 딱 세울 공간이 있어 자리를

잡았는데, 좀 있다 보니 내 차가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내 차 앞으로도 차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다...


나 같으면 차 빼달라고 할까 봐 불안해서

생판 모르는 남의 차 앞에 주차를 안 할

거 같은데, 내 입장에선 내가 혹시나

나갈 일이 있으면 굳이 차주를 찾아가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 입장에선 당연한 요구이지만,

나는 이런 말을 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노란색 하이라이트가 내 차...카오스 현장이다...

자리를 옮긴 곳도 화장실을 한 번 가려면

내 걸음으로 편도 10분 정도 걸어가야 되고,

나처럼 그늘막이나 텐트하나 없이 떠나는

사람이 강가 땡빛에 자리를 잡다 보니

한 낮엔 더위 때문에 도저히 차 안에 있을 수가

없어 시원한 그늘을 찾아 잠시 앉아 쉬다가

해가 지면 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선풍기 풀가동 후 기온이 좀 내려갔다.

6월 초지만 이제 완연한 여름더위로

한낮의 차 안 온도는 40도가 넘을

정도로 더웠지만 그나마 강원도고,

강가 옆이라서 그늘에 있으면 강바람에

시원했지만 캠핑 경험도 없고, 유튜브로

차박을 배운 나로서는 여름 차박은 쉽지

않았다.

더위도 더위지만 강이고, 산이 옆에 있다보니

보니 벌써 모기, 나방 떼가 차 안에 불빛을 보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캠핑을 하려면 벌레와

친해져야(?)한다는데, 나는 아직 갈길이

먼 거 같다.


왜 그럼 좀 더 편한 캠핑장을 두고 이렇게

떠돌이처럼 다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의 여행은 해외든, 국내

여행이든 누구랑 같이 가지 않는 이상은

늘 즉흥적이다, 사실 여행을 가면서까지

뭔가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덕분에 하나 챙겨 온 랜턴도 방전이 돼서

쓸 수가 없고, 보조배터리도 충전량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차 안에 있던 조그마한 선풍기에 불이

켜지는 기능이 있어 그것으로 잠깐씩

불을 밝히며 지냈고 좀 더 환한 빛이

필요할 땐 핸드폰을 라이트로 사용했다.


아무튼 횡성에 도착해서 2박을

하고 일찍 주문진으로 떠났다.

차를 사면서 바닷가 앞에서 차박을

하고 싶은 로망이 컸기 때문에 그나마

횡성에서 가까운 주문진으로 갔고,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 정체는

많이 없었지만, 도착하니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였다.


모래를 처음 밟아 보는건지 처음엔 기겁을 하고 밖으로 나오더니 곧 적응을 한다. 토리야 좋아~?!

요즘엔 주차장에서 야영을 하는 게

불법이라고 해서 잠시 쉬어 가려고

공영주차장에 어렵게 자리를 잡았고,

역시 그곳도 야영금지라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지만, 대놓고 차 안에서

요리를 하는 노부부가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사진

찍는다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경고를

주고 떠났다.

귀여미

하지만 이 많은 장소에 저 많은 차들을 일일이

단속하긴 어려울 거 같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주차장에도 이미 텐트 그늘막을

친 팀이 여럿 보였다.


나도 정박할만한 곳을 찾아 해안도로를

따라서 마땅한 곳을 찾아다녔고, 어느

해안가 옆에 한 팀이 이미 자리를 맡고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연히 잡은 거치곤

꽤 괜찮은 장소았다.


노지차박을 다니면서 든 생각이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식으로 아무 곳에서 자리를 잡아

야영을 하는 게 사실 마음이 좀 불편했다,

이성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말이다.


특히 쓰레기장이나, 화장실 쓰레기통에

남들이 쌓아놓고 간 쓰레기들을 보면

왜 저렇게 야영금지란 표지판이 많은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화장실

쓰레기통에 먹다 남은 음식들과 일회용

용기들로 넘쳐 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차박을 오면서 들렸던 어느

고속도로휴게소는 쓰레기통 앞을 지나갈 때마다

CCTV촬영 중이란 경고음이 들리는 곳이 있었다.


얼마나 본인들 쓰레기를 이곳에 버렸으면

저런 조치까지 취했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면서 나도 남들처럼 내 차 안에

가득 쌓여가는 쓰레기들을 남들 버린 곳에

나도 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차박을 하면서 간편한

음식들로 해결을 하고, 물 사용도 쉽지

않아서 생수를 사서 사용하다 보니

차 안에 일회용 용기들이 한자릴 차지하고,

또 차 안이 덥다 보니 쓰레기 냄새가 나는 거

같기도 했다. 이번 차박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 마음이 조금 불펀했다.


아무튼 나는 어렵게 강원도까지 왔으니,

평창의 어느 한 곳이 노지차박의 5성급

호텔이란 곳을 들려 1박 하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이곳은 차를 바꿔 차박을 하기로 한

결정적인 장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

우연히 블로그를 보다가 이곳에 관한 사진과

글을 봤는데, 나도 차박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또 평창은 서울 가는 길에 있으니

나는 강릉 안목해변 쪽에서 평창

노지차박지로 갔다.

좌: 풍경이 다했다 우: 토리는 큰 의자에 앉고 나는 등받이 없는 발판 의자에 앉고...아무튼 해가 지고 있다.


고구마 쪄줄게 기다려~~

도착하니 저녁 6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를 세울 곳은 있었으나

어느 한 편은 여기가 집성촌인가? 싶을 만큼

마을처럼 딱 봐도 장박 혹은 알 박기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쭉 자리를 잡고 서로 왕래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은 이미

한 살림 차린 곳이 많아서 자리 하나 나기

쉽지 않아 보였다.


나는 그곳과는 정반대 편에 자리를 잡고,

토리 산책 겸 주변을 둘러보니 장소도 아주

넓고 앞에 산과 강이 있어서 풍경은

5성급 호텔뷰만큼이나 좋았다.

그런데 화장실이 일반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 악취가 심했다. 나는 장도 예민한

사람이지만 비위도 매우 약한 사람이라

풍경과 환경은 정말 좋았지만, 화장실이

좀 힘들긴 했는데 사실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긴 하다.

더욱이 이곳은 수돗가도 있어서, 집성촌

마을 주민들이 신기한 도르래처럼 생긴

커다란 물통에 연신 물을 길어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연휴 때도 느꼈지만,

노지차박지라 그런지 몰라도

노부부들 둘이서 캠핑을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나이 들어서 부부가 함께 캠핑을 다니면서

살아도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토리가 있으니까 괜찮다.


토리야 이제 좀 시원해지면 차박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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