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쯤 내가 속한 파트가 없어지면서
팀이 바뀌게 되었다.
팀은 바뀌었지만, 하던 일은 비슷하여
계속 같은 일을 하게 되었는데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앉아 있는
것만으로 엄청 피곤해서 원래는 밤에 자다가
두세 번은 깨는데 한 일주일간은 한 번도 깨지
않고 잠 들 수 있었다.
그렇게 팀이 바뀌고 이 팀에 온 지 얼마 안돼서
내 뒤에 앉은 어떤 분이 본사 직원과
전화통화로 고성이 오고 가고 있었다. 어떤
내막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본사가 하라면 나는 바보니까 그냥
해야되는거냐' '그럼 팀대팀으로 하자란
이런 내용이 오고가는 통화 였다.
일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그런가 보다라고
하고 있었는데, 얼마후 갑자기 그분이 발령이 났다.
그것도 남들이 꺼리는 곳으로 말이다.
그 전화통화 때문에 발령이 났는지, 원래
계획된 발령인지 인과관계는 모르겠지만,
내가 온 지 얼마 안돼서 그런 일이 있었고, 또
갑자기 발령이 나다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그 전화 통화가 아예 상관이 없지는
않겠다란 생각에서 말이다.
아무튼 발령이 인사팀 게시판에 오전에 뜨고,
얼마 되지 않아 주면 사람들이 회사 주면 맛집
리스트에 관해 이야기를 화기애애하게
나누고 있었다. 지금 당장 나랑 상관없고,
나한테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뭔가 그런
상황들이 마음이 슬퍼졌다. 그렇다고 발령이
뜨자마자 당사자한테 달려가 뭐라 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실례가 될 수 있는 건 안다.
그래도 최소한 그런 사소한 얘기를 그 타이밍에
하는 건 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조금 있다가 같이 일하던 어떤
사람이 발령 난 사람 자리로 가서 짧게
위로(?) 말을 건네고 가는거 같았다.
퇴근할 때쯤은 또 누군가 와서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 그다음 날도 같은 파트일을
하던 사람이 한 명 더와서 인사를 건네고 갔고,
그 사람 파트장은 가기 전에 같은 파트원끼리
밥이라도 한 께 먹자고 서로 점심약속을
잡았다. 그래도 뭔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지는 거 같아 나름 혼자서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회사는 개인의 시간과 청춘을 맡기고,
돈을 버는 곳이라고 했다.
사람의 시간의 한평생 무한하지 않다고
봤을 때, 직장에서 오고 가는 시간
포함하면 하루 11시간을 넘게 근 하루의 반을
회사에서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소비하는 거
보면 먹고사는 문제, 돈이 중요하긴 하다.
누가 아침부터 회사에 나와 하루의 반을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싶겠는가... 그것도
좋은 소리보다, 싫은 소리를 더 듣기도 하고,
하게 되기도 하고, 가끔은 뭐 큰일도
아닌데 고성이 오고 가는 곳에서 말이다.
물론 회사에서 좋은 소리도 듣고, 자존감
뿜뿜일 때도 있겠지만 그게 회사생활 중
많은 비중을 차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면
문제일 수 있겠다. 그래서 나도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어떤 동료가 본인한테 회사가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소중하다...
나도 먹고살려면 어떻게든 회사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지만, 나는 이 회사가
나한테 소중하다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수단정도로
생각을 했었던 거 같다. 물론 가끔은 이런
회사라도 다닐 수 있어 감사하단 마음은
들 때도 있지만, 소중하다란 생각까진
해본 적은 없다.
나는 사무실 근무자이니까, 나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다른 동료들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물론
앉아 있다고 해서 다들 하루 종일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인터넷 서핑도 하는 거 같고, 가끔
가족들이나, 본인 아이들한테, 오는 전화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택배나 다른 곳에서 오는
개인적인 통화를 본인 자리에서 개미
목소리로 통화도 하고, 가끔 간식을 먹기도 하고,
메신저로 수다를 떨기도 한다. 물론 나도 말이다.
어쨌든 우린 이렇게 해서라도 하루 할당량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퇴근 시간이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땅만 바라보고 퇴근을 한다. 가끔은 퇴근 시간을
넘겨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내가 회사에 앉아 퇴근시간을 넘겨
일을 한다고 회사가 더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본인 일이
쌓이거나 급한 일이 발생되면 내 일이니까
당연히 남아서 하는 거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 나도 그러고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퇴근시간 이후 나를
애타게 기다릴 토리를 생각하면 일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가 없다.
누가 아프거나 죽지 않는 이상은
지금 급하게 처리할 일을 내팽개치고
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정말 중요하긴 하다.
사회가 더 각박해지고, 물가도 오를 대로
오르고 있다. 혼자 사는 나도 이 정도
피부로 느낄 정도면 가족이 있는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선 더 할 거 같다.
그러니 회사가 소중하다란 말이 나올 법하긴
하다. 그렇게 따지면 나한테도 이 회사는
정말 소중한 곳이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나의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회사를 좀 더 사랑하기로 말이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고맙고, 사랑해^^나의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