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언니네가 농막처럼 관리하고 있는
아산 시골집에 다녀왔다.
언니네도 수원에 살면서 틈틈이 시간이
될 때마다 가서 가꾸는 곳인데,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언니네가 봄에 힘들게 씨앗을 뿌려놓은
식물들은 더위를 발판을 삼아서인지 무섭게
자라나고 있었다. 물론 그 옆으로 더 기세
등등하게 자라나고 있는 풀들은 정말로
농작물을 위협할 정도로 크고 있지만
말이다.
그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이제
막 참외 열매를 안으려 꽃에서 조그마한
참외들이 방울방울 달려 있는 게 정말
신기하고 귀여웠다. 아직 열매를 맺지 못한
꽃에는 꿀벌들이 날아와 열심히 꿀을 빨고
있는 듯 가까이 가면 윙윙 거리는 날개 짓
소리가 마치 하프를 연주하는 듯한 소리와
비슷하게 들렸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비로운 자연의 연주이다.
벌들도 더위가 싫은지, 아침 일찍 분주히
움직여 꿀을 빨고 꽃들은 꿀벌덕에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런 꿀벌들도 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는
움직임이 없다.
세계가 가뭄과 더위로 사람들이 죽어갈
정도라는 기사를 요즘 자주 보게 되는데,
아직 꿀벌이 살아 움직이고 있고, 농작물은
자주 와서 가꿔주는 것도 아닌데도 이 더위에
열매를 맺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직은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언니네 집 주위로 그리 넓지 않은 땅에,
언니네가 이것저것 농작물을 심고 키워서
자매들이 많은 우리 집은 많은 사람들이 나눠
먹는다.
그 수고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은 바로
집주인인 셋째 언니이지만, 언니는 힘들게
키워온 농작물에 욕심을 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본인이
갖는 것보다 가족들이 와서 차에 한가득
싣고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큰 기쁨이고,
어떤 때는 더 많이 못 가져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가끔 가면 조금이라도 바쁜
언니의 일손을 돋고자 움직이면, 언니는
아프다고 하지 말고 그만하라고 하면서도
잔 일을 엄청(?) 시킨다. 그게 아주 소소한
건데도 사람 손 하나 거드는 게 농촌에서는
정말 큰 힘을 발휘한다. 그 바쁜
와중에도 언니는 내가 가져갈 것을
챙겨준다. 체리 몇 알과 감자, 양파,
상추 오이 몇 개, 대파 뿌리를 갖고 왔다.
욕심 없이 먹을 만큼만 갖고 와야 하는데,
갖고 오다 보면 양이 많아진다.
물론 갖고 와서 남김없이 잘 먹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바쁜 일상 속에 갖고 온 것들을 깜박하고
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될 때도 있다.
나도 이번에 가서 언니와 대파를 심고,
풀을 조금 뽑고 왔는데,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시작했는데도 더위는 이미 한낮의
더위와 맞바꿀 정도로 뜨겁다.
정말로 여기서 좀 더 욕심을 내서 밭일을
하면 수시로 날아오는 경고문자처럼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토리가 내 옆에서 획획 거리고 있으면
토리의 목숨일 단축되는 소리로 들려
밭일도 할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언니
옆에서 조금이라도 일을 거들어 주고 싶지만,
옆에서 획획 거리는 토리를 무시할 수없다.
왜 때문에 시원한 곳에 있지 않고 나만 이렇게
졸졸 따라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토리는 목끈도 없다, 자기가 원하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데, 내가 움직여야만
움직이는 이 아이를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집에 넣어두면 목이 터져라 짖고...
못살아... 마치 가난 아이 같다.
일부러 여기에서라도 마음껏 뛰라고
먼 거리까지 와서 풀어놓는 건데도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올해는 과일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수박이 정말 역대급으로 많이 달렸다.
사실 예전에도 수박을 심으면 많이
달리긴 했었는데, 자주 와서 돌보지 못하다
보니 썩어서 버린 것도 많다. 다들 멀리서
바쁘게 살다 보니 수박 먹겠다고 시간을 딱
맞춰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수박이 익을 무렵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가고 싶을 만큼 수박에
공을 많이 들여놔서 그런지 더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 옆에 오이도 전문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려고 심은 거처럼 알이 아주
튼실하게 달렸다.
물론 기름값에 시간등을 따지면 집 옆에
대형마트에서 사 먹는 게 훨씬 싸고
가성비가 좋겠지만, 직접 자라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거기에 언니의 수고가
들어간 걸 알고 먹으면 동네 마트에서
사 먹는 수박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값지고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