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곳에 계시던 할아버지는.. 잘 계실까..

by Lena Cho

쉬는 날 느지막이 눈을 떴는데 밖에서 공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창밖을 보니

눈인지, 비인지 그 중간쯤 되는 무언가가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내리고 있다.


'아 오늘은 비가 오니 공사를 안 하나 보다',

그렇지 얼마 전 아파트 공사에서도 눈 오는 날

시멘트 공사를 하는 등의 이유로 대형 사고가

있었으니 그보다 한참 작은 빌라 공사라도

안전을 준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사는 내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에서 오래된

주택을 헐고 신축 빌라 공사가 작년 10월부터

한창인데 양심도 없이(?) 언제나 평일 아침

7시부터 공사 시작이다. 여름이야 그렇다 치지만

겨울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소음은 직장인의

평일 휴일의 꿀 같은 휴식시간을 앗아가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집안의 모든 창문을 빈틈없이 닫고 분명,

이 집에 이사 올 때 3중 단열창이라고 얘기를

들었음에도 소음은 못 잡는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마저 들었다..;

서울 주택가에는 몇 년 전부터 이렇게 공사가

한 개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뒷 집, 건너집 해서

오래 된 집을 헐고 새로 짓는 공사 매들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공사가 이어지는 걸 보면서 저기 집주인

들은 이사 갈 만큼의 대가를 받아 다른 데로

이사를 가면 그만이겠지만 저기에 새들어 살던

사람들은 갑자기 집주인이 건물이 팔렸다고

나가 달라고 하면 이사나, 집 구하는 비용의

일부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왜냐하면 지금 공사 중인 건물 지하에도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계셨는데, 나도 바로 옆집에 사니

다니면서 그 할아버지를 자주 뵈었고 더욱이

여름엔 할아버지가 골목으로 난 문을 열고

문 앞에 자주 앉아 계셨기에 그 할아버지의

일부의 세간살이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공사가

시작되기 전 어느 날 할아버지 집 앞에 SUV 큰

승용차가 한 대 서있었고 50대는 넘어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할아버지의 짐을 날아 차에 싣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나는 '이제 할아버지 이사

가시나 보네, 좋은 곳으로 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는데,며 칠 후에 그 앞을

지나가다 보니 할아버지가 그 집 앞에 앉아

계셨다.


이사 가시는 줄 알았던 할아버지는 그곳에

그대로 계셨고,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난 후

퇴근하고 오니 이젠 그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아 ~이렇게 집을 하루 만에 부술 수도 있는

거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순간 며칠 전 본

할아버지 생각이 났고, 통성명은 한적은 없지만

여기보다 더 좋은 곳에서 편히 사셨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공사 기간이 몇 달이 이어지고 있는 중에

나는 그렇게 할아버지를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우리 집에 다녀간 대학생 남자 조카가

공사하는 곳을 보고 '어, 그럼 여기 할아버지

어디 가셨어?'라고 나한테 묻는 게 아닌가?!

순간 조카 질문에 나도 당황해서

'나도 모르지'라고 대답은 했는데 나도 잊고 있던

그 할아버지를 예전에 우리 집에 왔을 때 한 번

조카랑 함께 그 앞을 지나가면서 문이

열린 곳으로 할아버지를 같이 보았었고 그러면서

나도 '혼자 사시는 거 같다'라고만 얘기했었는데

조카도 잠깐 본 할아버지를 잊지 않고 그 공사장

앞에서 그 할아버지 얘기를 꺼내서 나도 좀

놀라긴 했다.


뭐 내가 그 할아버지한테 물질적인 것을

해준 적도 없는데 이렇게 아무 인연도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그 할아버니는 아실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의 작은 마음이 전달되어 이곳보다 좀 더

시원하고 따뜻한 곳에서 지내시면 좋겠다란

생각이 스쳤다.


왜냐하면 나도 또 어느 누군가의 그 작은

바람들이 모여 내가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느 날 소음 없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갑자기 그곳에 계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내가 공사 소음을 잘 인내해서 이곳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어딘가에서 더 잘 계실 수 있다면,

이 소음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소리처럼은 들리지

않겠지만 충분히 인내하고, 견뎌낼 수 있겠다

하는 생각 말이다.

10년 넘게 내통장에서 일정 금액이 나가고, 가끔 이렇게 문자를 받고있다.

이래저래 경제도 어렵고, 코로나는 앞으로 더

사상 최대치를 찍을 거라고 하는 마당에 내가

마음을 돌려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당신의 따뜻함이 봄을 오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