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첫머리에 들어서자마자 등에 산을 업고
올라가는 거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다.
각자의 연유로 산에 오르는 이유도 다 다르
겠지만 나한테 등산은 남다르다.
엄마는 내가 산에 가는 걸 엄청 싫어하셨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산에 이렇게 자주(?)
가는지는 상상도 못 하셨을 거다.
몸도 안 좋은데 산에, 위험한 곳은 절대 가지도
쳐다도 보지 말라고 하셨는데도 내가 굳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등산이 꼭 내 인생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산에 오르다 보면 알게
모르게 나에 대한 시험도 해보게 되고, 그러면서
또 내 인생도 세상을 향해 한걸음 더 내딛게 된다.
대신 산에 가게 되면 무리는 하지 않는다,
나한테 등산은 꼭 정상을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다녀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다가도 내려올 거까지 생각해서
내려오는 게 무리다 싶으면 정상까진 가진
않고 중간에 돌아 내려오기도 한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산에서 배운 지혜이다, 꼭 끝을 봐야
지만 인생을 다 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알고 아니다 싶을 때 과감히 멈출 수
있는 결단력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힘도
산에서 배우게 된다.
서울이 복잡하고, 답답하단 생각이 들지만
근교 곳곳에 좋은 산들이 많아서 쉬는 날
쉽게 산을 찾을 수 있어 좋다, 가깝게는 북한산,
인왕산, 안산은 내가 자주 찾는 곳 중 하나이다.
세계 여러 도시들 뉴욕, 파리, 런던, 프라하,
방콕까지 많이 다녀봤지만 서울처럼
대도시 근교에 이렇게 산의 접근성이 좋은
도시도 없는 거 같다.
오늘 등산을 하며 느낀 건데, 늘 서울은 답답하고
복잡해서 되도록이면 빨리 서울을 벗어나야 하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서울이 좋아진다.
현실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오늘 등산의 매력이다.
상처도 얻음..; 여.. 영광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