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하모니 한 번 들어보실래요?~
사부작사부작
눈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구름이 토요일 아침
하늘을 가득 매우고 있고 밤새, 눈과 비가 썩여
내려서인지 바닥은 촉촉이, 멀리 산에는 눈이
쌓여있다, 3월 중순의 눈이란... 어디 피해가
없다면 나는 그저 신기하다.
여느 직장인의 주말 아침이 다 비슷할 거 같은데,
느지막이 침대에서 나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하다가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그램을 보게 됐고
그것을 보다가 갑자기 산책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우유 한 잔에 시리얼을 말아먹고
내가 종종 가는 우리 집에서 약 13km 떨어진
곳의 우이령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들어서는 처음 가보게 되는 곳이다.
사진으로 보니 봄길이 아니라 가을 느낌이네.. 이것도 어제 예약을 하면서도 비 오면 가지 말아
야지 했던 곳인데 왠지 비가 와서 사람이 드물
거 같아 다녀오기로 했다.
주말이지만 내가 느지막이 가기도 해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고, 걷다 보면 오고 가는
사람을 드문드문 마주치는 정도였다.
둘레길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혼자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촉촉한 둘레길을 걷다 보니
찌 푸등 했던 몸이 봄비에 새순이 돋는 거처럼
매우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어 오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비까지 계속 흩뿌려지다 보니 우산에
보슬보슬 떨어지는 빗소리가 계곡 물소리와
하모니를 이루다 가끔 새들의 코러스까지 겹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 같단 생각이 들면서 참 오랜만에 마음에
온기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온
사람들이 세상에서 모진 풍파를 겪고 사회를떠나
아픔과 시련, 미움들이 저렇게 깊은 척박한 산속에서
홀로 살면서도 또 그런것들이 자연한테서 치유를
받게 되어 다들 '지금이 정말 좋다고 말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당장 모든 걸 때려치우고,
산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도 모든 사람들이
힘드니까 다 같이 산속으로 들어가자란 얘기도
아니다, 그냥 우리 삶에서 자연과 마주 할
수 있는 여분의 시간을 마련해두면 좋겠다란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둘레길을 다녀와서는 결혼한 친구한테
'자연인이다 보다가 둘레길 다녀왔다'라고 말을
하자 요즘 결혼한 남자들의 로망이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사는 거란 얘기를 해서 이
프로그램이 왜 종편채널임에도 장수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한 때
고액 연봉을 받고 대기업에서 일했거나 몇십억
규모의 사업을 운영했던 분들도 있고 한데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이 '세상 사는 거 다
똑같다, 속도의 차일뿐이다, 누가 좀 먼저 가고
늦게 갈 뿐이다'라고 하는 얘기가 힘든 시간을
지내오다 보니 틀린 말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든다.
계절도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인생 역시도
매년 겨울 일수만은 없고 살아있고, 살아
있다면 우린 또 맛있는 무언가를 먹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와 즐겁게 수다를
떨며 지난 아픔을 툭툭 털고 일어나 겨울에서
배운 인생의 밑거름이 잘 섞여 좋은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지금 힘들다고 해서 영원히 힘들거나,
지금 좋다고 이 기쁨이 영원하진 않을 거다란
것을 이제부터 조금씩이라도 깨닫게 되어 나의
삶이 조금씩 흔들릴 때마다 나의 마음을 잘 잡아
주면 좋겠다... 지금 고통이 영원하진 않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