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은은한 삶

등산하다가 신경쇠약 걸릴 뻔...

어디선가 사람 목소리가 들려

by Lena Cho

22'C가 넘는 대낮 1시에 산을 타기로 했다,

반팔에 산속은 추울 거 같아 플리스 재킷을

입고 갔는데 등산 시작 얼마 지나지도 않아

등에 몽글몽글 땀방울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옷을 벗어 허리춤에 묶고 조용한 숲길에 취해

사진도 찍고 앉아 잠시 목도 축이면서 온 산을

전세 낸 거 같아 정말 좋았다.

그런데 산이 조금 더 깊어지자 갑자기 큰 새들이

이방인에게 자신들의 자유를 침해받는다

생각했는지 내가 지나가는 길에 나에게

경고라도 하듯 새들이 어디 있다 그러는지

갑자기 후드득 내 앞을 지나 날아가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혼자여서 마치 산을

전세 낸 거 같은 그런 평화로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자그마한 소리에도 온신경이

거기에 쏠려 조금 더 가단 내려올 땐 아마

신경쇠약에 걸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까지 되다 보니 분명 올라올

땐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지 못했는데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그것도 남자

목소리, 한 명이 아닌 여러 명 같았다, 그런데

이게 음파라도 감지하듯 단전에 힘을 모아

미어캣이라도 된 듯 귀를 쫑긋 세우지 않으면

사람 소린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린지 헤갈릴

정도였고 나는 그때부터 정상이고 나발이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내려오다 보니 내가 들었던

소린 사람 소리가 맞았고 심지어 축지법이라도

쓰는지 소리는 빠르게 점점 더 가깝게 들렸고

걸음이 느린 나의 발걸음에 비해 그들의 소리는

가까워져만 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뒤돌아보기로 했다,

상대를 봐야 뭔가 대책을 세우든 좀 안심이 될

거 같아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산악자전거를 타고 젊은 남자 두 명이 이미

내쪽으로 바짝 달려 내려오고 있었기에

난 최대한 그들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게

좁은 길 옆쪽으로 비켜주자 그들은 나한테

고맙단 인사까지 하고 사라지는 게 아닌가...


뒤에서 그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마치 나를 쫒는 거처럼 빠르게 가깝게

느껴졌던 자전거 때문이었고, 거기다

나에게 험악하게 들렸던 목소리도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면서 그들이 냈던 괴성과 탄성의

중간쯤이었던 것이다.


해맑은 그들의 인사 뒤에 좀 전까지 오만가지

생각으로 내 온몸을 감쌌던 두려움이 좀 풀렸다.

아마도 그들은 산 반대편으로 올라온 거 같았고,

내가 오래 산에 오르는 동안 나는 사람의

인기척을 전혀 들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 산이 아주 깊은 산도 아니고, 산에 멧돼지

출몰 경고표지판도 없어서 멧돼지 같은

건 안 내려올 줄은 알았지만, 사람 목소리에

가던 길을 돌려 내려올 만큼 소름 돋게 무서울

일인가 하는 마음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도 나는 왜 사람 목소리가 반갑기는

커녕 그렇게 무섭게 느껴졌을까 하는 기분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우린 같은 종족끼리 성별, 나이 상관없이 해를

끼치는 기사를 수도 없이 보아 왔고...

민간인의 피해가 더 가혹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지 많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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