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러면 안 되지만 난 운전하면서 통화
하는 걸 좋아한다, 운전도 하고 통화도 여유 있게
하기... 아무튼 며칠 전 1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에 당일로 철원을 가는데 마침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하는 통화니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길도 한 번 잘못 들고 했지만 혼자 가는 여행이
친구와 같이 가는 거처럼 즐겁게 수다를 떤다,
물론 핸즈프리로 말이다.
지인의 소개로 작년 겨울에 철원을 당일치기로
한 번 다녀왔고 너무 좋아서 4월엔가 한 번 더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갑자기 평일 하루 쉬는
날 또 철원이 가고 싶단 생각에 5월의 어느 날
이렇게 혼자서 고속도로위에 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4월 중순쯤
어느 날 갑자기 회사는 조직개편을 한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 팀 5명 중 3명은 다른 부서로 가야
했다, 누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나는 여기 지점의 교통편 때문에
회사 가까운 곳으로 재작년에 이사까지 온
마당에 조직개편 통보서는 났지만 인사발령은
안 나고 있고, 난 몸까지 좋지 않아 이곳저곳
병원을 다니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5월을 며칠 앞둔 시간에 인사발령이 났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원래 팀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같이 일하던 3명은 5월부로 다른
팀으로 가게 되었으니 우린 갑자기 며칠 만에
같은 팀에서 다른 팀이 되었다.
갑자기 발령이 난 직원들도 딱히 좋을 것도
없으니 4/29일에 느지막이 발령이 나서 주말을
보낸 뒤 우린 5월 2일에 출근을 해서 반나절은
어수선하고 서먹한 분위기에서 발령 난 직원들의
짐 싸는 것을 도와준 뒤 그날 아주 서먹하게
이별을 하게 되었다.
뭐 회사 사람과의 관계에 크게 연연하며 지낸
편은 아니라서 모 이렇다 할 감정은 없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발령을 내는 회사가
횡포라도 부리듯 언제든 그 횡포는 누구에게라도
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니 회사 다니기가 더
싫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철원을
찾았고, 갔다 오면 다녀온 동네 위주로
인터넷에 주택매매를 알아보았다.
학저수지
감악산그러면서 철원을 가는 길 친구와의 통화에서
철원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하니 친구는 철원에
아는 사람이 있냐며 물었고, 있을 리 만무하다고
하자 자긴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함께 살고
싶다며 나한테도 그렇게 살라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내가 이제껏 어디를 가거나 할 때 '사람을
신경 쓰면서 다녔었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의 말이 나에게 매우 신선하게 들렸다.
맞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할 때나 어디를 갈 때
사람이 적은 곳, 적을 때만 찾아서 다닐 생각만
했지 사람을 찾아다닌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늘 사람 관계도 소극적이었고 그렇다
보니 그냥 혼자 있는 게 익숙해져 버려 나에게
사람과의 관계는 나의 관심사에서 중요한 게
아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정답이 있을까마는 그 이유로 엄마의
부재가 떠올랐다, 긴 시간 엄마한테 얽매여
꼼짝없이 누워만 있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나에게 물리적으로 해줄 순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도 나는 엄마한테 자랑스러운(?)
막내딸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것이 나의
삶에 전부라 생각하면서 주말엔 엄마를
위해서 방문하기가 나의 의무(?)였기에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과 멀리 살아선 안되었다.
또 나는 일부지만 엄마의 요양원비도 내야
했기에 직장을 관둬서도 안 되는 그런 치열한
삶을 살아왔는데, 엄마는 코비드-19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요양원에서 얼굴도 못 뵙고,
혼자서 쓸쓸히 떠나시고 나니, 나는 그냥
'산 입에 거미줄 칠까'하는 마음으로 다
내려놓고 철원 어느 작은 마을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철원은 우리 집에서 103km로 평일 낮에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데 철원의 소박한 둘레길이
좋고 한탄강 주변으로 주상절리가 멋진 곳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건물로 가리는 거 없이 논과 밭이
있는 들판이 좋았고, 특히 서울보다 덜 복잡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당장 철원을 갈 순 없지만 여건이
된다면 철원의 예쁜 소담한 집에서 집 앞에
텃밭을 가꾸며, 가끔 이렇게 글도 쓰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