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은은한 삶

아작 난 케일과 청경채

무너진 텃밭의 꿈

by Lena Cho

테라스에서 몇 가지 쌈 채소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날이 더워지면서 온갖 해충들이

여린 잎을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달팽이 한 마리가 잎들을 보기 좋게(?)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이때까진 좋았다..

그런 달팽이를 잡기도 그냥 두기도 맘이

쓰인다, 어디 산이나 들이라면 살살 달래

숲으로 방생이라도 할 수 있지만 서울

9평 빌라에서 버릴 곳도 마땅히 없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밖으로 내던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휴지통에 넣어 버릴 수도

있지만 또 살아있는 걸 거기 넣어두면 밤새

맘이 쓰일 것이 분명해서 그냥 채소는

관상용으로 키울까 싶다.


마트 신선 칸에 있는 채소들은 반질반질

깨끗한데 우리 집에 두 포기 있는 청경채와

케일은 달팽이와 해충들로 몸살을 앓는 걸

보면 그 유기농 농장에 당장 달려가 귀동냥

이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다.


아산 시골 밭에 심어 놓은 고추나무엔

시커멓게 벌레들이 고추도 달리기 전 한 나무당

1000마리쯤은 붙어있던 게 언니가 약을 1주일

간격으로 두 번 치고 나니 그 많던 벌레들이

사라지고 깨끗하게 자라나고 있다.

나는 우리가 먹을 건데 뭐하러 약을 치냐고

언니가 힘들게 약을 뿌리는 등 뒤에서 볼멘

소리를 했지만 새까맣게 들러붙어있던

벌레들이 사라진 고추나무를 보니 가족들이

먹기 위해 기르는 것도 약을 치지 않으면

그동안의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고추가 달리기 전에 벌레가 나무를 잠식하면

나무가 크기 도전에 녹아내린다고 한다.

그건 우리 집 쌈채소만 봐도 알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복숭아나무는 작은 열매에 보숭보숭한

털과 해충들이 컬래버레이션을 이뤄 저 상태로

두면 내 눈에도 멀쩡한 복숭아는 한 알도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충들의

마치 천국인 것처럼 열매 한 개에 벌레 수백

마리가 붙어 있던 것이 약 두 번 후에 그나마

생기를 찾는 것을 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복숭아인데 정말 복숭아는 깨끗이 씻어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넌 어디에서 왔니? 궁금...

언니는 우리 시골 작물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들에 비해 훨씬 약을 적게 치는 거라고 하는데

우리가 사 먹는 채소들은 대체 농약을 얼마나

먹고 자랐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나저나 다음에 시골에 가면 나도 언니가

고추에 뿌렸던 약을 좀 가져와 나의 테라스

식물들에게도 살포시 뿌려야겠다는 생각에

고민 중이다, 달팽이까진 어떻게 용서가 되는데

잎들마다 소름 돋게 붙어있는 자잘한 해충들은

용서가 안된다...


대체 너희들은 어디서 온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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