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naMilk Dec 07. 2022

(책 리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세계적으로 저명한 신경학자이자 저술가였던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해 의사이자 한 인간의 관점으로 서술한 비소설이다. 이 책은 1985년 덕워스사에서 출판하자마자 호평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당시, 의학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큰 영향을 끼쳤다. 


     올리버 색스는 1933년에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 학위를 딴 후 1960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그 후 뉴욕으로 건너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에서 교수직을 얻어 브룽크스 주립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들의 환자를 판단하거나 단순한 병명과 함께 병원에 가둬 두거나 그들의 잠재력을 간과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삶과 병을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력과 영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진정한 지식인이었다. 그는 자신을 이론가이자 극작가라 표현했다. 그는 과학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 모두에 빠져 있고, 그 둘을 단순히 질병이 아니라 인간을 에워싼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고찰하는 인간으로 설명했다. 그에게 병은 인간이 처한 본질적 조건이며,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동물도 질병에 걸리기는 하지만, 병에 빠지는 것은 인간뿐이라 말한다. 의사의 직업과 삶은 병든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며, 환자 그리고 그들이 걸린 병과 함께 지내다 보니 의사라는 길을 걷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야기와 연구를 통해서 환자와 병, 그리고 삶에 대해 의문했던 과정을 전달하고 더 나아가 독자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병이란 무엇인지 고찰해볼 수 있는 여지를 던져준다. 


    고차적인 신경학과 심리학 연구에서는 환자를 인간 자체로서 중시한다고 한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인간적인 존재 전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기 때문에, 병의 연구와 그 사람의 주체성에 대한 연구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새로운 방법을 '주체성의 신경학'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새로운 방법은 어떤 사람을 '바로 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신경의 세계를 다루고, 예부터 제기되어온 머리와 마음의 문제를 다룬다. 


    35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읽으며 내가 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폐 아동의 예시와 다양한 정신 질환 그리고 사고로 인해 뇌가 손상되어 일어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놀라운 일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가 너무나 쉽게 정신이 아픈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가진 잠재력과 회복의 가능성을 고심하며, 그들을 인간대 인간으로 바라보는 의사이자 저술가의 통찰력은 인간과 삶 그리고 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세상에서 외면당한 아이들. 젊은 시절 간직했던 명석함과 총명함, 지혜는 사라지고 세월의 흔적만 남은 노인들. 그들은 소설이라고 하면 믿을 법한 상황을 만든다. 그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사회와 주변이들의 잣대와 시스템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자폐아들의 숨겨진 재능과 능력을 존중하기보단 실험을 위한 희생양으로, 혹은 단일화된 시스템에서 원래 가지고 있던 빛과 능력을 읽은 채 지루하고 의지가 상실된 삶을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올리버 색스는 의문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이렇게 무시받고, 차별받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빛을 잃어갔을지 한탄한다. 지적능력은 떨어지지만 일반 사람들에 몇백 배에 달하는 숫자에 대한 이해도와 고도의 계산 능력을 가진 자폐아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떠드는 노인, 눈앞에 보이는 다른 이들의 얼굴 표정과 행동을 따라 하며 모든 에너지를 써버리는 투렛증후군, 앞이 보이지 않지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어, 점토로 사람의 몸과 머리를 풍부하게 표현해내는 여성까지.. 정말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병을 가진 채로 고통받고 외면당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서 말하듯, 17세기 19세기에 광인들을 가두고 고립된 섬으로 보내 그들을 평범한 이들과 분리시켰던 것처럼, 20세기와 21세기에도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아픈 자들을 세상에서 분리시켜 왔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이들이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 질환을 겪는 것은 아니나, 선척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갖게 된 이상 증후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이해하기보다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들의 병이 치유될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다. 그저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며 불쌍히 여길 뿐 진정으로 그들의 영혼과 마음을 이해하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그들의 내면의 빛과 숨겨진 재능을 알아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수년간 만나온 환자들에 대한 데이터와 예시 그리고 연구는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왔으며,  철학, 정신분석학 그리고 사회학, 예술의 영역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다방면의 지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아마도, 올리버 색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리도 언제나 아플 수 있다. 우리도 언제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 병을 얻은 이들도 같은 사람이다-가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단편소설) 조금은 아픈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