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도 제로, 뉴욕 MTA
서울에서 뚜벅이로 사는 삶이 일반적이듯 뉴욕 또한, 자동차가 있어야만 생활이 가능한 미국의 여느 도시와 달리 뚜벅이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오히려 자가운전을 하는 것 자체가 No 이해라는 반응이 주류다. 지하철이 편리하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겪는 '불편함' 외에 '불쾌함'까지 겪어야 한다는 점이 가끔 언짢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뉴욕 지하철의 불쾌함을 나열해 보았다.
1. 쥐
뉴욕 지하철 하면 뉴욕 쥐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 있을 때는 딱히 쥐를 본 적이 없다. 식당 근처 음식물 처리장 근처 아니고서야 그다지 쥐 볼일이 없는 듯하다. 그만큼 깨끗하다는 얘기도 되고...
처음에 뉴욕에 왔을 때 지하철에서 쥐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쇼킹했다. 가끔 여기저기 쥐약 조심하라는 경고문도 보이고 우리나라 지하철 같이 스크린 도어가 없어서 지하철 트랙만 유심히 바라봐도 트랙 사이로 잽싸게 이리저리 다니는 쥐들을 매일 볼 수 있다. 애틀랜타 사는 내 친구는 뉴욕 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참 다큐멘터리 내용에 심취해 이리저리 떠들다가 실제로 뉴욕 지하철 트랙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쥐를 보고 소리 지르며 기뻐하기도(?) 했다. 마치 동물원에 있는 희귀 동물을 직접 본 것 같은 반응이었다.
뉴욕 쥐는 일단 엄청 크다. 미국은 땅덩이도 크고 사람도 크고 채소도 크고 다 커서 그런지 쥐도 엄청 크다. 갓 태어난 강아지 만한 쥐도 본 적이 있다. 그 정도로 큰 쥐를 마주했을 때는 너무 놀라서 '억' 소리밖에 안 나온다. 둘째로 사람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제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 역에서 계단을 기어 올라오는 쥐새끼 한 마리를 본 적이 있다. 크기도 컸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러시아워에 정말 팔순 노인 계단 오르듯이 천천히 이동하는 그 쥐를 보며 경악했던 적이 있다. 오히려 사람들이 쥐를 피해 가는 상황. 지하철에 꼬리가 잘렸다가 다시 생겼는지 납땜해서 이어 붙인 회로 전선 같은 꼬리를 가진 그 강아지 만한 쥐는 유유히 자기 갈길을 갔다. 더 웃긴 건 며칠 뒤에 같은 자리 계단에서 쉬고 있는 그놈을 또 봄. 어지간히 관종이구나 싶었다.
뉴욕 지하철 쥐는 이제 더 이상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라 관광객이나 이제 갓 뉴욕으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는 신기함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쥐가 재빠르게 지나가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쯤 되면 뉴욕 MTA 마스코트로 쥐 인형을 만들어서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일듯.
2. 노숙자
예전에 엘에이에 살 때도 길거리 노숙자는 엄청 많이 봤다. 그때는 엘에이 날씨가 따뜻해서 많겠거니 싶었다. 노숙자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매일매일 길거리에서 보는 노숙자의 숫자를 헤아리니 이쯤 되면 국가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뉴욕에는 노숙자가 정말 많다. 노숙자가 된 이유에는 개개인마다 아픈 사연, 어쩔 수 없었던 선택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공존에 대해 크게 불만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열심히 세금 꼬박꼬박 내는 외국인 노동자로서 매일 아침저녁 출근길과 퇴근길에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은 심각한 수준의 악취와 최악의 위생 상태로 지하철에 탄다. 지하철이 그들의 침실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나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어딘가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임승차로 지하철에 오른다. 그리고 밤새 그 지하철 노약자 석에서 자기만의 침실을 꾸리고 잠을 잔다. (뉴욕은 지하철이 24시간) 가끔 지하철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그럼 음식을 흘리고 그럼 또 냄새가 나고... 악순환이다.
밤에는 그렇게 침실이 되고 낮에는 직장이 된다. 뉴욕시 인구는 8백만이다. 그 8백만 중에 2/3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거기에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몇천 명의 사람이 왔다 갔다 할 그 지하철에서 돌아다니며 구걸해서 푼돈을 받으면 아마 적어도 연봉 5천만 원은 벌지 않을까(세금 없이 순수) 싶다.
(실제로 대충 계산해보면 지하철 한 칸당 1불에서 3불 정도 받는다고 할 때 지하철 한 바퀴를 돌면 약 30불 정도 버는 것이고 지하철 한 바퀴 도는데 30분도 채 안되니 시간당 60불 정도 번다고 생각하면 됨. 시간당 60불씩 40시간 노동으로 치면 일 년 연봉 USD 124,000(약 1억 3천 현금) 되는 거임. 그러니 일 안 하고 노숙자 될 수밖에...)
3. 뉴욕 시민
외국에 살다 보니 한국 사람만큼 깨끗한 민족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때 미는 문화도 그렇고 보면 목욕과 몸을 청결히 하는 게 습관으로 자리 잡혀있다. 중고등학교 때를 회상해 봐도 머리 안 감아서 머리 떡지는걸 누구보다도 부끄러워하는 게 대한민국 고등학생 아니던가. 하지만 의외로 미국애들은 샤워를 매일 하거나 머리를 매일 감는 것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샤워를 해도 물로만 한다던가 머리를 감아도 샴푸를 안 쓴다던가 하는 것도 굉장히 비일비재하다.
개인마다 청결도에 대한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더럽다고 싸잡을 수는 없지만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미국애들은 더럽다.
지하철에서 음식을 자주 먹는다. 사람이 배가 고파서 먹는다는데 하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기도 한데 문제는 지하철에서 먹는 음식의 종류가 상상의 초월한다. 피자, 햄버거, 통닭 등 대한민국 대표 야식부터 시작해서 중국식 면요리, 국물요리 등 정말 다양하게 먹는다. 냄새나는 음식을 먹어서 승객 간 시비가 붙기도 하고 그럼 어김없이 머리 끄덩이를 잡고 음식은 바닥에 다 쏟아지고 난리 부르스도 일어난다. 뉴욕의 시민 수준은 정말이지 바닥 수준이다.
음식이면 양호하다 싶을 때가 바로 손톱 깎는 사람을 봤을 때였다. 맨 처음 손톱 깎는 백인 할머니를 봤을 때는 저 할머니만 저런 거겠지 하고 개념 집 나갔네 했다. 4년간의 뉴욕 생활에서 배운 것은 지하철에서 손톱 깎는 사람은 매우 흔한 광경이라는 것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손톱을 깎을 때 이리저리 튀는 손톱은 어떻게 되나? 물론 여기저기 튄다. 그리고 그렇게 나머지와 공존한다. 나는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손톱을 보며 생각한다. 쥐가 저거 먹고 사람으로 변해서 뉴욕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라고.
뉴욕 생활이 정말 어처구니없게 힘들다고 느낄 때는 대부분 지하철에서 보기 싫은 광경을 목격하거나 인간들과 상대할 때이다. 호락하지 않는 뉴욕 생활에 익사이팅(?)한 스릴을 더 하는 것이 바로 지하철이라고나 할까? 없으면 안 되기에 이용하기 싫어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애증의 뉴욕 MTA. 내 뉴욕 스토리에 많은 소재를 제공한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