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쇼코의 미소』
영감은 고갈되었고 매일매일 괴물 같은 자의식만 몸집을 키웠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영화 일이 꿈이었다면, 그래서 내가 꿈을 좇았다면 나는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감독이 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2016)
가끔 우리는 헷갈린다.
다른 누군가의 꿈을 나에게 투영하여 내 꿈이라고 착각하기도 하고,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 그 수단으로서의 무언가를 자신의 꿈이라고 본인을 속이기도 한다. 마치 소유가 감독이 되는 것이 본인의 꿈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감독이 되고싶다는 꿈'은 진정한 예술가의 꿈처럼 들리지 않은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감독이 되고싶어하니 나도 되어보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시작이 어땠던간에 어느순간부터는 그저 강박처럼 소유를 옭아맨다. 그게 소유에게 '꿈'이 죄가되는 이유이다.
내 꿈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나를 좀먹기 시작할 때, 멈추고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게 진짜 내 꿈이 맞나',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항상 헷갈리며, 그 헷갈림 속에서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때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위의 소음을 모두 꺼버리고 오롯이 내 마음의 소리를.